
배달앱을 열면 공깃밥 가격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린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부 식당은 아예 2000원짜리 공깃밥 가격표를 내걸었다. 쌀플레이션(쌀+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만한 풍경이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값이 7개월째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 고공행진하면서 밥상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수치를 보면 체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쌀 10㎏ 평균 소매가격은 3만6214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3.1%, 평년보다는 25.8% 올랐다. 20㎏ 기준 소매가격은 6만2951원으로 평년 대비 16.5% 상승했다. 산지가격도 20㎏당 5만7716원으로 작년과 평년 모두 약 20% 웃돈다. 
국가데이터처의 소비자물가동향에서도 쌀 가격은 작년 동기 대비 17.7% 올랐다. 전체 물가 상승률(2.0%)의 약 9배에 이르는 수치다. 쌀로 만드는 떡 가격은 1년 사이 5.1% 뛰었는데, 밀가루를 쓰는 빵의 상승률(1.7%)보다 세 배 높다. 삼각김밥(3.6%), 비빔밥·된장찌개백반·김치찌개백반(3%대 중반)도 줄줄이 올랐다. 떡 물가 상승률은 작년 6월 이후 9개월 연속 높아지고 있다.
쌀값은 지난해 9월 20㎏ 기준 소매가격이 6만원 선을 뚫은 뒤 7개월째 고공행진 중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에서 쌀 20㎏ 소매가격 6만원은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느끼는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밝히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수확기 이후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여러 차례 내놨지만, 정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지난달 말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어 정부양곡 15만t을 단계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우선 2025년산 정부양곡 10만t을 1차로 시장에 풀고, 이후 상황을 보며 2차 공급 시기와 물량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발표 이후에도 쌀값은 거의 움직임이 없다. 농식품부는 산지 쌀값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리고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려면 더 걸린다고 설명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수급 예측 실패와 시장격리 시점 조율 문제를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쌀 과잉 물량이 많을 것으로 추산해 10만t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가 공급 부족 전망으로 올해 초 계획을 뒤집었다. 4만5000t의 용도를 가공용으로 제한하고, 대여 방식으로 공급한 5만5000t의 반납 시기도 1년 연기했다. 지난해 가공용 쌀 수요가 예상보다 약 4만t 이상 늘어났다는 점도 재고 부족을 부추겼다.
농민 측에서는 쌀값 상승의 수혜가 정작 농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대부분의 농민은 12월 이전에 쌀을 모두 팔아치우기 때문에, 이후 오르는 가격은 유통업자들의 몫이 된다는 구조적 문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식품부의 정책 일관성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작년에는 쌀이 남는다며 재배면적 8만㏊를 줄이고 콩 전환을 독려하더니, 올해는 콩이 남는다며 다시 쌀을 심으라는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올해도 벼 재배면적 9만㏊를 감축할 계획이다.
재배면적을 단기간에 급격히 줄이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흉작이나 이상기후 같은 변수가 닥쳤을 때 생산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쌀 수급 불안으로 홍역을 치른 전례가 있는 만큼, 재배면적 감축이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 대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은 별 반응이 없고, 밥상물가는 오늘도 오르고 있다. 단기 처방을 넘어 수급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