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선조림 하면 간장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 그런데 간장이 아닌 된장으로 생선을 조리면 어떨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바로 이 된장 한 숟갈이 생선조림의 격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정호영 셰프는 유튜브 채널 '정호영의 오늘의 요리'에서 된장을 핵심 재료로 쓴 일본 가정식 생선조림 레시피를 선보인 바 있다.
일본에서 생선 된장 조림은 '사카나노 미소니(魚の味噌煮)'라 불린다. 가정식 밥상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은 요리다. 된장의 구수한 풍미가 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동시에 깊고 부드러운 맛을 더해준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고등어 된장 조림인 '사바노 미소니(鯖の味噌煮)'가 특히 유명하며, 일본 가정집 밥상은 물론 정식 메뉴로도 자주 등장한다.
주재료는 병어다. 병어 2마리에 생강, 우엉, 대파, 표고버섯, 꽈리고추를 곁들이고, 물·설탕·청주·맛술·일본된장으로 양념을 만든다. 병어가 없다면 고등어나 삼치로 대신해도 된다. 정호영 셰프는 "된장 조림에는 삼치, 고등어, 병어가 잘 어울린다"고 밝혔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깊이가 있는 팬에 병어를 놓고 생선이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물 500cc를 붓는다. 물은 맛을 내는 재료가 아니라 조림을 도와주는 역할이라 양이 많을 필요가 없다. 썰어 놓은 생강과 우엉, 설탕 30g, 청주 150cc, 맛술 150cc를 넣고 센 불에 올린다. 우엉은 껍질을 너무 깊이 벗기지 않는 것이 좋다. 껍질을 과하게 제거하면 우엉 특유의 향과 맛이 달아나기 때문이다. 생강은 비린내를 잡아주는 동시에 조림에 은은한 향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끓어오르면서 거품이 올라오면 바로 걷어낸다. 이 거품을 그냥 두면 생선의 잡맛이 국물에 그대로 남는다. 뚜껑은 덮지 말고 센 불을 유지한 채 잡내를 날려주는 것이 포인트다. 어느 정도 끓어오르면 된장을 체에 걸러 풀어 넣는다. 일본된장 대신 한국된장을 써도 무방하다. 다만 한국된장은 콩 입자가 있으니 체에 곱게 풀어주는 것이 좋다. 된장을 체에 걸러 넣으면 국물이 더 매끄럽고 고르게 완성된다. 
정호영 셰프가 특히 강조한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단맛을 먼저 낸 뒤 된장의 짠맛을 더해야 한다. 짠맛이 먼저 들어가면 단맛이 재료 속으로 제대로 배어들지 않고 전체적인 맛도 텁텁해진다. 설탕을 먼저 넣고 충분히 끓인 뒤 된장을 투입하는 순서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다. 둘째, 거품을 꼼꼼히 걷어내야 잡맛이 사라진다. 셋째, 불을 줄이지 않고 센 불을 끝까지 유지해야 윤기 있는 조림이 완성된다. 센 불로 졸이면 국물이 자연스럽게 생선 위로 끼얹어지면서 간이 고르게 배어든다.
된장을 넣은 뒤에는 표고버섯과 칼집을 낸 대파를 추가하고 계속 졸인다. 대파는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한다. 칼집을 낸 것은 조림 안에 넣고, 얇게 채 썬 것은 완성된 요리 위에 올려 마무리한다. 대파의 흰 부분만 사용하는 것이 깔끔한 플레이팅에 유리하다. 꽈리고추는 색이 죽지 않도록 거의 마지막 단계에 넣는다. 졸이는 동안에는 국물을 생선 위에 끊임없이 끼얹어 간이 고르게 배도록 한다. 국물이 진득한 농도가 될 때까지 졸이면 완성이다.
플레이팅도 신경 쓸 만하다. 완성된 생선을 국자로 조심스럽게 건져 그릇에 담고, 표고버섯과 대파를 입체감 있게 곁들인다. 마지막으로 채 썬 대파를 올리고 국물을 자작하게 끼얹어 마무리하면 윤기 있고 먹음직스러운 한 접시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