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퍼 센트럴 씨(Central Cee)가 생애 첫 단독 내한 공연에서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선물을 받았다. 선물의 정체가 심상치 않다. 바로 신라면 케이크다.
지난 14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 영국 드릴(UK Drill)의 최전선을 달리는 센트럴 씨의 첫 단독 내한 공연에는 7000여 명의 팬이 몰렸다. 20대 예매율이 85.7%에 달할 만큼 국내 힙한 젊은 세대가 총출동한 이날 공연장 밖에선 또 다른 이벤트가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다. 농심이 센트럴 씨를 위해 특별한 신라면 케이크를 마련한 것. 농심이 특별 제작한 이 케이크는 단순한 케이크가 아니었다. 투명 케이스 안에 신라면 컵과 면을 정교하게 형상화한 케이크가 담겼고, ‘코리아 콜링 센트럴 씨(KOREA CALLING CENTRAL CEE)’라는 문구까지 새겨져 마치 하나의 전시 작품처럼 완성됐다.
케이크를 받은 센트럴 씨와 매니저, DJ 등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요약됐다. "크레이지(Crazy)!" 탄성과 함께 큰 감동을 받은 센트럴 씨는 곧바로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케이크 사진을 올렸고, 이 소식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팬들의 반응은 일제히 "센트럴 씨 취향 제대로 저격했다"는 쪽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이 남자와 신라면의 인연은 꽤 깊고, 꽤 진지하다. 
농심 관계자는 "센트럴 씨가 평소 신라면을 즐기는 모습을 팬들과 공유해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며 "신라면이 음악과 문화, 팬들을 연결하는 즐거운 매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센트럴 씨와 신라면의 인연은 202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블라세, 칠린호미와 함께 압구정 로데오 TUBE에서 공연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게 화근이었다. 물론 아주 좋은 의미에서. 내한 기간 그는 길거리는 물론 호텔 방,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신라면 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TV를 보면서도 신라면, 클럽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도 젓가락을 쥐고 신라면에 시선을 고정하는 모습이 SNS에 연이어 올라왔다. 국물 없이 스프와 면을 비벼 먹는 자신만의 레시피까지 공개하며 신라면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영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신라면 사랑은 식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신라면 먹방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틱톡에 업로드한 신라면 먹방 영상은 1000만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급기야 루이비통 백팩에 신라면 봉지 모양의 키링을 달고 다니는 사진까지 포착됐다. "저 정도면 신라면 찐사랑"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센트럴 씨는 이번 첫 단독 내한 공연을 앞두고 서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걸그룹인 블랙핑크의 티셔츠를 입고 찍은 인증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남기기도 했다.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행보다.
그렇다면 신라면까지 홀딱 반하게 만든 이 남자는 도대체 어떤 래퍼일까. 1998년 런던 라드브로크 그로브 출신의 센트럴 씨는 현재 UK 드릴을 대표하는 래퍼이자, 2022년부터 매년 히트곡을 내며 미국 시장에서도 확실히 자리를 잡은 영국의 대형 래퍼다. 아버지 쪽으로 가이아나·중국 혈통을 지닌 그는 런던의 다문화적 에너지를 음악과 패션 양쪽에서 체화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2020년 싱글 '데이 인 더 라이프(Day in the Life)', '로딩(Loading)' 등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22년 1분 37초짜리 싱글 '도자(Doja)'로 틱톡과 소셜 미디어를 강타했다. 중독성 강한 도입부 덕에 전 세계 밈으로 소비되며 글로벌 팬덤을 폭발적으로 키웠다. 같은 해 영국의 힙합 음악 시상식 모보 어워즈(MOBO Awards)에서 베스트 드릴 래퍼, 올해의 뮤직비디오 등을 수상하며 공식적으로 UK 씬의 정상에 올랐다. 이후 드레이크, 릴 베이비, 21 새비지 등 미국 최정상 래퍼들과 잇따라 협업하며 영미권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지난해 1월 정규 1집을 발매했다. 방탄소년단의 정국과도 협업한 이력이 있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패션 측면에서도 그는 UK 드릴 스타일의 교과서로 통한다. 나이키 테크플리스, 트랩스타, 코르테이즈 등을 즐겨 입으며 민트색 람보르기니 우르스를 타고 다니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비주얼 콘텐츠다.
센트럴 씨 공연은 약 50분 동안 쉼 없이 몰아쳤다. 대표곡 '도자'로 포문을 연 뒤 '어브세스드 위드 유(Obsessed With You)', '나우 위어 스트레인저(Now We're Strangers)' 등 2분 안팎으로 최적화된 히트곡들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관객의 떼창과 스마트폰 불빛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서울 강남구 라이언 슈퍼 클럽으로 이동해 DJ 공연까지 소화하며 한국에서의 하루를 알차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