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첫 대형 산불로 기록된 경남 함양 산불의 원인이 방화로 밝혀진 가운데, 용의자가 과거 17년간 90여 차례 울산 지역 야산에 불을 지른 ‘울산 봉대산 불다람쥐’로 확인됐다. 출소 후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달 함양 마천면 한 야산에 불을 지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 등)로 60대 A 씨를 최근 긴급체포해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A 씨는 이번 함양 산불을 포함해 최근 전북 남원 등 총 3차례에 걸쳐 야산에 불을 낸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입건 전 조사 단계부터 A 씨를 용의선상에 두고 알리바이 등을 조사해 왔다.
A 씨는 계속 혐의를 부인하다가 최근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수년 전 함양 지역으로 이사를 온 것으로 전해진 A 씨의 정체는 다름 아닌 울산 봉대산 불다람쥐였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 동안 울산 동구 동부동 봉대산 일대에서 확인된 것만 96건에 이르는 연쇄 방화범이었던 것이다.
1994년부터 울산 봉대산 일대 반경 3㎞ 이내에서 해마다 겨울철이면 산불이 반복됐다. 당시 경찰은 산불이 너무 잦자 방화로 판단, 1995년 방화범에게 현상금 500만원을 걸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사전담팀까지 꾸려 방화범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방화범은 신출귀몰하게 수사망을 피하며 범행을 이어가면서 봉대산 불다람쥐라는 별명이 붙었다.
봉대산 일대 잦은 산불로 산림 소실은 물론 사회 불안마저 일으키자 방화범에 대한 현상금은 3억원까지 치솟았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용인 50대 부부 피습 사건의 5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현상금이었다.
10년 넘게 불을 지르고 흔적 없이 사라진 봉대산 불다람쥐는 아파트 보안카메라(CCTV)를 통해 2011년 덜미를 잡혔다.
그는 놀랍게도 방화지점에서 불과 500m 떨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남성으로, 낮에는 대기업에 다니는 정상적인 가장이었다. 1985년 울산의 한 대기업에 입사해 26년 동안 성실히 일해 온 터라 주변 동료들은 그가 악명 높은 봉대산 불다람쥐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당시 A 씨는 "불을 내면 마음이 후련하고 편안하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 씨는 2012년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예정된 형기를 모두 채운 뒤 2021년 출소했다. 그러나 출소 후 다시 산에 불을 지른 혐의로 붙잡히면서, 처벌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