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제도 시행 나흘 만에 44건이 접수되면서 헌법재판소의 처리 역량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뉴스1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에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총 44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7건은 주말 사이 전자 접수로 들어왔다. 접수 방식별로는 전자 접수 31건, 방문 접수 5건, 우편 접수 8건으로 집계됐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청구가 이어지면서 재판소원 도입 초반부터 사건 유입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다시 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청구는 재판 확정일부터 30일 이내 가능하다. 헌재가 재판 취소 결정을 내리면 해당 재판의 효력은 소급해 상실되고 사건은 해당 심급 법원으로 돌아가 다시 심리된다.
재판소원 대상은 원칙적으로 1심과 2심, 3심을 거쳐 확정된 모든 재판으로 열려 있다. 다만 법조계와 헌재 안팎에서는 실제 청구의 상당수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소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 있는데도 이를 거치지 않은 채 재판소원을 제기하면 보충성 원칙 위반으로 각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실무적으로는 최종심 판단을 다툰 사건이 재판소원의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다만 재판소원이 인용돼 헌재가 재판 취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논란은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사건은 해당 심급 법원으로 돌아가 다시 심리되는데 법원이 헌재 결정 취지와 다르게 판단할 경우 다시 재판소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법원과 헌재 사이를 반복적으로 오가며 법적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나흘 만에 44건…연 1만~1만5000건 전망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연간 1만 건에서 1만 5000건 가량의 사건이 새로 접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흘 만에 44건이 들어온 현재 흐름만 놓고 봐도 앞으로 사건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접수된 사건 상당수는 초기에 걸러질 가능성이 크다. 다른 법률상 구제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은 채 재판소원을 냈거나 헌재법상 청구 기간인 판결 확정 뒤 30일을 넘긴 경우,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경우 등이 대표적인 각하 사유로 거론된다. 재판소원이 허용됐다고 해서 모든 사건이 본안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병목 우려를 함께 제기하고 있다. 헌재법 72조에 따라 재판소원 사건은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사전 심사한다. 이를 보좌하는 재판소원 전담 사전심사부는 헌법연구관 8명 규모로 꾸려졌는데 기존 헌법소원 사전심사부 인력 7명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헌재가 처리한 전체 헌법재판 사건이 3111건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전심사 인력 8명으로 연간 1만 건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판소원까지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청구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건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사전심사 단계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헌재 내부에서도 재판소원 심사 방식과 운영 방향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헌재 산하 연구회인 헌법실무연구회는 오는 20일 내부 비공개 토론회를 열고 재판소원 사전심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재판관 업무 과부하와 심리 지연 문제 등을 놓고 재판관과 연구관, 학계 및 실무 연구자들의 토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