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맛있는데... 너무 귀해서 요리사들이 숨겨왔던 '조개'

2026-03-15 07:37

국내 판매처 사실상 한 곳... 지난해엔 아예 조업도 안 돼

행달조개 / '입질의추억TV'
행달조개 / '입질의추억TV'

전남 고흥 앞바다에는 현지인들만 아는 조개가 있다. 이름은 행달조개. 채취량이 너무 적어 팔려고 내놓기도 어렵고, 맛이 너무 좋아 알리기도 아까웠던 이 조개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고급 음식점과 전문 셰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유명 수산물 전문가인 김지민이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너무 맛있어서 요리사들이 숨기던 조개... 결국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행달조개 초밥  / '입질의추억TV'
행달조개 초밥 / '입질의추억TV'

행달조개는 고흥군 일대 한정된 해역에서만 자연산으로 채취되는 희소 조개다. 일본에선 패각의 줄무늬가 김발의 발(簾)을 닮았다 해서 '스다레가이'로 불리는 조개다. 역시 일본에서도 소량 생산에 그친다. 국내 판매처는 사실상 한 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기상이 나쁜 날에는 채취 자체가 끊긴다. 특정 계절에 집중되는 것도 아니어서 기상과 해황에 따라 채취 여부가 들쭉날쭉하다. 작년에는 조업이 아예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가격은 ㎏당 1만8000원. 현재 ㎏당 4만~5만 원에 거래되는 새조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크기는 1㎏에 9~10미 수준으로 초밥이나 사시미로 쓰기에 알맞다.

김지민은 영상에서 행달조개를 회, 초밥, 술찜, 구이로 직접 조리해 시식했다. 행달조개 회에 대해 그는 "갯바위 아래 김이나 파래에서 맡을 수 있는 은은하고 향긋한 바다 향이 난다"고 표현했다. 이어 "하이엔드급 스시야에서 특별 메뉴로 내놔도 어떤 조개에도 뒤지지 않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행달조개 회 / '입질의추억TV'
행달조개 회 / '입질의추억TV'

식감에 대해서는 "표면이 매끈해 혀에 닿을 때 부드럽고, 다리 쪽 끝으로 갈수록 씹히는 맛이 살아나며 안쪽으로 갈수록 야들야들하다"고 묘사했다. 단맛과 감칠맛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북방조개(웅피조개)와 맛이 거의 비슷하고, 식감은 그보다 조금 더 부드럽다"고 했다.

술찜으로 익혔을 때는 국물 맛이 뛰어났고, 간장과 버터를 더하자 풍미가 한층 깊어졌다. 내장을 먹어도 잡내나 모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김지민은 "오늘 처음 먹어봤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조개 목록 안에 넣어야 할 것 같다"며 "북방조개, 백합, 새조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조개"라고 평가했다.

조리법과 관련해서는 "살은 회로 먹고 외투막(날개 모양의 살)은 익혀 먹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 익히면 단맛이 올라가지만 자칫 질겨질 수 있어 가열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식소를 일부 남겨 초밥을 만들면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고도 했다.

손질 난도는 높은 편이다. 패각을 열고 관자와 살, 생식소를 분리하는 과정이 세밀하고 번거롭다. 김지민 씨는 "조개 손질을 즐기는 분들만 집에서 도전하기 바란다"고 했다.

영상 공개를 결정하기까지 김지민의 고민은 적지 않았다. "채취량이 워낙 적어 세상에 알려도 되는 조개인지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대다수는 물량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와 함께 행달조개를 즐겨온 소비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뜻도 전했다.

그럼에도 공개를 결심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조개의 존재를 알아야 양식 연구와 생산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지민은 "바지락처럼 종자를 뿌리고 생태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며 "이런 숨은 보석들을 양식화하는 것이 어민과 지역 경제 모두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달조개 / '입질의추억TV'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