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주유소 사장입니다... 한 달에 얼마나 버는지 공개합니다"

2026-03-13 11:23

"주유소가 폭리 취한다고요? 너무 억울해서 글 올립니다"
"아내와 둘이 상주하며 한달 순이익으로 600만~700만원"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적용되며 1차 최고가는 공급가격(도매가) 기준 휘발유 1리터당(L)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책정됐다. / 뉴스1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적용되며 1차 최고가는 공급가격(도매가) 기준 휘발유 1리터당(L)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책정됐다. / 뉴스1

"경유를 2000원에 팔아도 리터당 10원 남는다. 5만원 주유하면 250원이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실시되는 와중에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주유소 사장의 글이 6만9000여 명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효도르형님'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주유소 사장은 12일 "현재 주유소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글에는 기름값 폭등기에 주유소가 폭리를 취한다는 시선에 대한 정면 반박이 담겼다.

그가 첫 번째로 짚은 것은 '원유가 도착하기도 전에 왜 기름값을 올리냐'는 지적이다. 그는 "주유소 기름값은 정유사의 입금 제시가에 의해 결정되며 원유 도착 시점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재고의 소장 가치가 폭등하면 시장 원리에 따라 기름값이 오르고, 반대로 재고 가치가 하락하면 비싸게 사온 기름도 싸게 팔아야 하는 것이 주유소의 현실이라고 했다.

오를 땐 빨리 올리고 내릴 땐 천천히 내린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정반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피넷 자료를 인용해 지난 10년간 정유사 공급가 인상률이 경유·휘발유 모두 주유소 판매가 인상률을 웃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싼 기름을 비싸게 판 날보다 비싼 기름을 싸게 판 날이 데이터상으로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유소 업계의 독특한 사후정산 시스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주유소는 기름을 얼마에 사왔는지 그달 말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정유사의 입금 제시가를 보고 판매 단가를 예측해 운영하다가 유가가 폭등하면 그 이전 판매분 전체가 적자로 돌아오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유가 급등 시 빠르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하루에 두 차례씩 기름값을 올린 배경도 털어놨다. 그는 지난 3~5일 사흘간 정유사 담당직원에게 기름값을 즉시 올리라는 문자를 다섯 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예상 정산가가 리터당 23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고, 자신의 주유소가 지역 내 저가 상위 5% 안에 들어간 상황에서 재고 소진을 막기 위해 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선택지가 셋뿐이었다"며 "적정가로 팔아 리터당 300원 적자를 보며 도산하거나, 지역 최고가 주유소가 돼 모든 단골을 잃거나, 휴업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적용되며 1차 최고가는 공급가격(도매가) 기준 휘발유 1리터당(L)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책정됐다. / 뉴스1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적용되며 1차 최고가는 공급가격(도매가) 기준 휘발유 1리터당(L)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책정됐다. / 뉴스1

결국 그의 주유소는 지난 6일부터 의지와 무관하게 휴업에 들어갔다. 지난달에 비축한 기름이 10일치밖에 남지 않았고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영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경유를 2000원에 받아가며 동네에서 비싼 주유소로 소문나고 단골이 끊기는 리스크를 짊어지며 영업하느니 휴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농협·알뜰·직영주유소는 공동구매 등으로 싼 공급가를 받는 반면 자영 주유소는 그보다 비싼 공급가로 기름을 받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주유소 현실도 구체적인 수치로 공개했다. 매물로 내놓은 지 3년이 넘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쉬는 날 없이 아내와 둘이 주유소에 상주하며 한 달 순이익으로 600만~700만 원을 가져간다고 밝혔다. 업계 전반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최근 3년간 자영 주유소의 마진율은 3%대까지 떨어졌고, 지난 10년간 주유소 10곳 중 1곳이 문을 닫았으며 폐업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폐업 비용만 1억 원에 달해 폐업조차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직 주유소 운영자라고 밝힌 이용자는 "1600원에 기름을 사왔는데 정유사에서 1800~1900원에 정산될 것 같다며 단가를 조정하지 않으면 적자라는 연락이 온다"고 글쓴이의 주장에 동조했다.

반면 일부 이용자는 "1700원대에 파는 주유소와 2000원이 넘는 주유소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부는 13일 0시를 기해 석유류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 기준으로 휘발유 1리터당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의 상한선이 설정됐다. 이는 직전 정유사 평균 공급가인 휘발유 1833원, 경유 1931원보다 각각 109원, 218원 낮은 수준이다. 적용 기간은 13일부터 26일까지 2주간이며, 27일 국제제품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2차 최고가격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요동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공급가격에 상한선을 뒀다"며 "제도를 어기는 주유소를 발견하면 지체없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