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가를 무심코 내려다보면 이미 봄이 와 있다. 개나리도, 진달래도 꽃망울을 틔우기 전에 논두렁, 밭 가장자리에 코발트빛 작은 꽃이 땅을 수놓는다. 봄까치꽃이다. 그냥 밟고 지나치기 쉬운 이 풀이 사실은 나물로 먹고 차로 마시며 약재로도 쓰이는 쓸모 많은 식물이다.
봄까치꽃은 서남아시아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중부 이남 지역의 길가, 밭둑, 빈터 등 다소 습한 곳에서 흔히 자란다. 두해살이풀이다. 높이는 10~35cm에 불과하며 줄기 밑동은 땅 위를 기듯 옆으로 뻗는다. 줄기 전체가 뽀얀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고, 잎은 밑쪽에서 마주나고 위쪽에서 어긋나며 동그란 달걀 모양에 2~3쌍의 톱니를 가진다.
원래 이름은 큰개불알풀이다. 여름에 달리는 열매의 모양이 개의 음낭을 닮은 데서 비롯됐다. 일본에서도 '오오이누노후구리(オオイヌノフグリ)'라고 부르는데, 뜻이 한 글자도 다르지 않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어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식물 이름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비속어 배제 원칙에 따라 봄까치꽃으로 개명됐다. 까치가 반가운 소식을 물어 오듯 이른 봄에 먼저 피어 봄소식을 전한다는 뜻이다. 한자로는 '지금(地錦)', 즉 '땅의 비단'이라고도 불린다. 군락을 이루면 땅에 파란 비단을 깔아놓은 듯 보인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영어로는 'bird's eye(새의 눈)'라 한다. 숲속에서 밝은 푸른빛으로 빛나는 꽃의 모습, 또는 꽃 안에서 길게 뻗은 수술 두 개가 눈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꽃은 3~5월 사이 잎겨드랑이에 한 송이씩 달리지만, 남부 해안과 일부 섬 지방에서는 겨울에도 개화한다. 지름은 8~10mm에 불과하지만 연보랏빛 바탕에 짙은 청색 줄무늬가 굵고 선명해 실제보다 훨씬 도드라져 보인다. 꽃잎은 네 장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로 붙은 통꽃이어서 살짝 건드리면 통째로 힘없이 떨어진다. 자연에서 파란색 꽃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달개비나 꽃마리, 현호색, 용담 정도가 떠오를 만큼 파란 꽃은 귀하다. 식물학자들은 서식 환경이 열악할수록 꿀벌을 유인하기 위해 푸른색 꽃을 피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꽃 안쪽 중심부는 흰빛이 암수술을 둥글게 감싸고 있어, 파란 줄무늬를 따라 들어온 곤충이 자연스럽게 암술과 마주치도록 설계됐다. 날이 너무 추워 곤충이 찾아오지 못하면 수술이 시들며 꼬부라져 암술머리에 직접 닿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른 봄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텨내는 까닭이다. 체격이 큰 나무들이 잎을 내기 전에 서둘러 꽃을 피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나무가 잎을 펼치면 햇빛이 땅까지 닿지 않고, 꽃을 피우면 곤충들도 나무로 몰려간다. 몸집이 작은 만큼 적은 에너지로도 꽃을 피울 수 있으니 남보다 먼저 서둘러야 꽃가루받이를 도와줄 곤충을 선점할 수 있다.
식용 가치도 주목된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찬물에 20~30분 정도 담가 당귀 쓴맛과 특유의 강한 맛을 우려낸 다음 물기를 꼭 짜서 들기름, 다진 마늘, 다진 파 등을 넣고 소금 또는 간장으로 간을 해 무쳐 먹는다. 쓴맛을 즐기는 이들은 우려내지 않고 먹어도 무방하다. 나물 외에 샐러드, 볶음, 꽃차로도 활용된다. 푸른색 꽃을 우려낸 찻물은 본연의 색이 잘 살아난다고 알려져 있다. 생채로도 먹을 수 있다.
약용 가치도 예부터 인정받아 왔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말린 것을 파파납(婆婆納)이라는 약재로 쓴다. 맛은 약간 쓰고 성질은 차며 독성이 없다. 비타민A·C와 칼슘·철분 등 무기질, 플라보노이드·사포닌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열을 내리고 염증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어 관절염·피부염·외상 치료에 쓰이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중풍, 요통, 몸속 출혈의 지혈에도 활용됐다고 전해진다. 위장 건강에 좋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효능도 알려져 있다. 말린 약재 기준으로 하루 10~20g을 달여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가 풀밭에 납작 엎드려 파란 꽃을 피우는 봄까치꽃은,그 이름처럼 봄이 왔다는 소식을 가장 부지런하게 먼저 전하는 전령이다. 요즘 들판에 나가면 흔히 눈에 띄는 만큼 깨끗한 곳에서 한 줌 뜯어 봄나물로 맛보기 좋은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