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체육청소년부 장관 “우린 이번 월드컵 못나간다” 불참 선언

2026-03-12 09:56

정치 긴장 속 이란, 2026 월드컵 불참 공식 선언
157억 원 손실 감수한 이란의 결단

이란 체육청소년부 장관이 오는 6월 북중미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자국 대표팀의 참가가 불가능하다고 공식 선언했다.

2024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 이란과 아랍에미리트 경기에서 2대1로 승리를 거둔 이란 선수들이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2024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 이란과 아랍에미리트 경기에서 2대1로 승리를 거둔 이란 선수들이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12일 AP 통신에 따르면 아흐마드 도냐말리 이란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국영 IRIB 스포츠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부패한 정권이 우리 지도자를 암살한 점을 고려할 때,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월드컵에 참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선수들은 안전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조건도 충족하지 않는다"며 "지난 8~9개월 동안 두 차례의 전쟁이 우리에게 강요됐다. 수천 명의 국민이 사망하고 순교했다. 따라서 우리는 분명히 참여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발언의 배경은 분명하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란 정부는 이를 순교로 규정하고 40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으며, 스포츠 리그도 무기한 중단했다. 이때부터 이란 내부에서는 월드컵 보이콧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앞서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도 "결정은 스포츠 관련 책임자들이 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의 공격으로 인해 월드컵 참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도냐말리 장관의 발언은 정부 고위급 차원에서 불참 의사를 재차 못 박은 것이다.

이란은 아시아 3차 예선 A조에서 7승 2무 1패로 조 1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본선 직행 티켓을 확보한 팀이다. 본선에서는 G조에 편성돼 벨기에, 이집트, 뉴질랜드와 조별리그를 치를 예정이었다.

문제는 세 경기가 모두 미국 땅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서 뉴질랜드(6월 15일)와 벨기에(21일)를,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이집트(26일)와 맞붙는 일정이었다.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다. FIFA는 본선 진출국에 준비비용 150만 달러와 조별리그 탈락 팀에도 900만 달러를 지급하는데, 불참 시 최소 1050만 달러(약 152억 원)를 포기해야 한다. 개막 30일 이내 기권 시 부과되는 벌금 50만 스위스프랑(약 9억 4000만원)까지 더하면 손실 규모는 157억 원을 넘긴다.

FIFA는 아직 공식 대응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후 이란 대표팀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트럼프 측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에게 초대 평화의 상을 수여하는 등 양측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FIFA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란이 끝내 불참할 경우 FIFA 규정에 따라 평의회가 대체 참가팀을 결정할 수 있다. 아시아 예선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UAE와 이라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일부에서는 중국의 대체 출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대체팀 선정 기준에 대한 자동 승계 규정이 없어 최종 결정은 FIFA 평의회의 재량에 달려 있다.

이란은 1978년 월드컵 이후 4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아시아의 강호다. 이번 사태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중동 변수는 개막 전까지 국제 축구계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남을 전망이다.

유튜브, KBS 뉴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