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군 동계면에 위치한 용궐산은 이름 그대로 ‘용이 거처하는 산’이라는 위엄 있는 뜻을 품고 있다. 거대한 암벽과 기암괴석이 산 전체를 감싸 예로부터 빼어난 경관을 자랑해 온 이곳에는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는 특별한 길이 놓였다. 2020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용궐산 하늘길’은 보행로 정비를 거쳐 2023년 7월 새롭게 재개방했다. 기존 534m였던 보행로를 추가로 연장해 현재는 총길이 1096m의 웅장한 트레킹 코스로 거듭났다. 깎아지른 듯한 수직 암벽에 걸린 잔도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이색적인 풍광을 선사하며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여정의 시작점인 매표소에서 잔도 입구까지는 돌계단을 따라 약 10분 정도 올라야 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무렵, 비로소 암벽에 설치된 데크길인 하늘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용의 날개에 해당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길 위에 서면 마치 거대한 용의 등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단단한 바위벽을 옆에 끼고 걷는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질 만큼 정교하다.

하늘길의 시작점부터 종착지인 비룡정까지는 성인 걸음으로 약 30분 정도 걸린다. 길 곳곳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가 마련돼 있어 속도를 늦추고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특히 발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는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강물이 산줄기를 휘감아 도는 모습은 평온하면서도 역동적인 생명력을 전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계단과 바위에 새겨진 다양한 글귀를 발견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옛 문장들을 음미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 소란이 잦아들고, 자연의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
전망데크에 올라서면 이름에 걸맞게 하늘 위에 선 듯한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좌우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는 일상의 답답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용궐산 하늘길은 단순히 높은 곳에 오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과 얼마나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소다.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는 수고 끝에 마주하는 섬진강의 눈부신 풍경은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위로를 건넨다.

이곳을 찾으려면 순창군 용궐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면 된다. 운영 시간은 하절기(3~11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절기(12~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다만 기상 상황이나 시설 보수 일정에 따라 출입이 제한될 수 있어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입장료는 어른과 학생 기준 4000원이며, 이 가운데 2000원은 순창사랑상품권으로 환급된다. 해당 상품권은 순창 지역 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만 6세 이하 영유아와 70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 순창군민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