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홀린 한국의 비경…1억 년 세월이 깎아낸 '말의 귀'

2026-03-11 11:51

하늘을 향해 솟은 거대한 두 귀, 진안 마이산

전북 진안군에 들어서면 어디서나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풍경이 있다. 마치 말의 귀가 하늘을 향해 쫑긋 솟아오른 듯한 형상의 마이산이다. 암마이봉(687.4m)과 숫마이봉(681.1m) 두 봉우리가 마주 보고 선 이 산은 그 자체로 거대한 천연 조각품을 떠올리게 한다.

진안 마이산 / Yeongsik Im-Shutterstock.com
진안 마이산 / Yeongsik Im-Shutterstock.com

중생대 백악기, 호수였던 이곳에 자갈과 모래가 쌓여 형성된 역암층은 오랜 세월 지각 변동을 거치며 오늘날의 웅장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멀리서 보면 매끄러운 바위산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거대한 암석 표면 곳곳에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지질학 용어로 ‘타포니(Tafoni)’라 불리는데, 바위틈에 스며든 물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암석을 깎아낸 흔적이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규모의 타포니 지형 덕분에 마이산은 2019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고,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여행안내서 미슐랭 그린가이드에서 만점인 별 3개를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마이산 일출   / 연합뉴스
마이산 일출 / 연합뉴스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며 각기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봄에는 안개 속에서 솟아난 배의 돛대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울창한 숲 사이로 솟은 모양이 용의 뿔 같다 하여 ‘용각봉’이라 불린다.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의 귀와 같다 하여 ‘마이봉’, 겨울에는 눈 쌓인 모습이 먹을 찍은 붓끝 같다 하여 ‘문필봉’이라는 아름다운 별칭을 얻었다.

빼어난 산세뿐 아니라 이곳에 깃든 문화유산 또한 각별하다. 남쪽 기슭에 자리한 마이산 탑사에는 이갑룡 처사가 쌓아 올린 80여 기의 돌탑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교하게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층층이 쌓아 올렸음에도 거센 태풍과 비바람 속에서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이산 탑사 / 연합뉴스
마이산 탑사 / 연합뉴스

탑사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태조 이성계의 기도가 서린 은수사에 닿는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청실배나무와 줄사철나무 군락이 자리해 깊은 생명력을 전한다. 또한 마이산은 금강과 섬진강 수계가 나뉘는 분수령으로, 지리학적으로도 한반도의 기운이 모이는 요충지로 꼽힌다.

마이산 벚꽃 / 연합뉴스
마이산 벚꽃 / 연합뉴스

산 입구에서 탑사까지 이어지는 약 3km 길은 봄이면 화사한 벚꽃 터널을 이루어 많은 방문객의 발길을 이끈다. 현재 마이산 도립공원은 공원 입장료와 주차장 이용료를 전면 폐지하여 방문객들의 부담을 낮췄다. 다만, 도지정문화재인 돌탑군을 보유한 마이산 탑사의 경우 문화재 보호 및 관리를 위해 별도의 관람료(성인 기준 3000원)를 징수하고 있다.

고요한 산사에서 들려오는 풍경 소리와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바위의 질감을 느끼며 걷는 마이산은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자연의 순리를 마주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마이산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