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도입한다.
국내 기름값의 급격한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이번 조치는 1997년 유가 자유화가 이뤄진 지 약 30년 만에 정부가 석유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가 됐다.
유력하게 검토되는 시행 방식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국제 유가에 일정 마진을 더해 공급가격 상한을 정하고 이를 2주 단위로 조정하는 형식을 취한다.
첫 번째로 공표되는 최고가격은 현재 소비자가 체감하는 시중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1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위한 고시 제정 작업을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 중이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은 산업부 장관이 필요 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액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주유소 판매가가 아닌 정유사 공급가를 직접 관리하기로 한 이유는 개별 주유소의 가격을 일괄 규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 주유소는 운영 형태가 다양하며 지역별 임대료와 물류비 편차가 커 일괄 통제에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는 가격 형성의 기점인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을 두면 주유소의 원가 부담이 경감돼 소비자 판매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비상경제점검회의 브리핑을 통해 "기본적으로 2주 주기로 설계하려 하며 첫 번째 최고가격은 현재 시중 가격보다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주 간격으로 최고가격을 조정하면서 유류세 인하 등 가격 변동을 완충할 조치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공급 절벽을 방지하고자 매점매석 고시도 함께 준비했다. 이는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 시장에 의무적으로 판매하게 해 물량을 쌓아두거나 수출로 전환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도입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방안도 실행한다.'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23조 3항에는 정부가 석유 판매가격 최고액·최저액 지정으로 인해 발생한 정유사·수출입업자·판매업자 손실을 재정 지원으로 보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현재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휘발유 7%,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10%의 인하율이 유지된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ℓ당 57원, 경유는 58원, LPG 부탄은 20원의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민생 분야에 있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이번 주 내 시행할 예정이다"라며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통해 사재기나 판매 기피 등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