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제철인데 날벼락…중동 쇼크에 초비상 걸린 뜻밖의 ‘국민 과일’

2026-03-11 07:00

유가 급등으로 딸기 난방비 150만원까지 치솟아
제철 딸기, 난방비 부담으로 품질 저하 위기

지금 가장 많이 찾는 과일인데, 산지에서는 웃음보다 한숨이 먼저 나온다.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름값이 연일 뛰고 있고, 그 충격이 비닐하우스 안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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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한 시기엔 난방이 곧 생육과 직결되는데, 최근 난방용 등윳값이 급등하면서 농가들 사이에선 “하루 종일 난방을 돌려야 해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 제철이라 소비가 몰리는 때인데도, 정작 현장에선 생산과 품질 관리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그 과일은 바로 딸기다. 겨울과 초봄을 대표하는 딸기는 국내에서 보통 11월부터 이듬해 3월, 길게는 5월까지 출하가 이어지는 대표적인 제철 과일이다. 특히 3월은 여전히 시장과 마트, 체험농장 등에서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다. 하지만 딸기는 온도에 예민한 작물이다. 낮 20도, 밤 8~10도 안팎의 생육 적정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수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자라는 속도와 상품성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 한창 잘 팔려야 할 시기에 난방 부담이 커지면, 결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딸기의 상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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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에 따르면 전날 오전 경기 남양주 조안면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드럼통을 가로로 눕혀놓은 모양의 온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500평(약 1650㎡) 규모의 딸기체험 농장을 운영하는 김모(58) 씨는 “월 100만 원 들었던 난방비가 최근 150만 원까지 올랐다”며 “온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딸기 재배라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현장 곳곳에는 생육이 더뎌 초록빛을 띤 딸기들도 눈에 띄었다. 농가로선 난방을 멈출 수도, 그렇다고 치솟는 비용을 감당하지 않을 수도 없는,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기’ 상황에 놓인 셈이다.

생육이 더뎌 초록빛이 도는 딸기.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생육이 더뎌 초록빛이 도는 딸기.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실제 수치도 심상치 않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국내 주유소 평균 실내 등유 판매 가격은 ℓ당 1534.25원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난달 28일의 1313.88원보다 220.37원 올랐다. 같은 기간 보통 휘발유와 자동차용 경유도 각각 202.43원, 319.87원 상승했다. 휘발유와 경유만 오른 게 아니라 하우스 농업과 화훼 농가에서 직접 쓰는 실내 등유까지 가파르게 뛰면서, 농어업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훨씬 더 직접적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소비자 불편도 작지 않을 수 있다. 딸기는 원래 12~1월에 당 축적이 많아 더 달고 단단한 편이지만, 3월로 갈수록 기온이 오르면서 맛과 품질의 편차가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난방 부담까지 겹치면 매장에서 덜 붉거나 크기와 색이 고르지 않은 딸기를 만날 가능성도 커진다. 같은 돈을 내더라도 예전처럼 만족스러운 상품을 고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아직 당장 가격 급등을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생산비 압박이 장기화하면 결국 출하가와 소비자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유튜브, 캔디 KANDY_KBS제주

문제는 중동 변수의 끝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 농가의 난방비 부담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딸기뿐 아니라 다른 시설재배 작물과 화훼, 수산물 생산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현장에서는 지역 농·어민을 위한 기름값 인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산비 부담이 길어질 경우 결국 농산물과 수산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딸기가 진열돼 있다 /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딸기가 진열돼 있다 / 뉴스1

농협은 자체 재원 300억 원을 투입해 농업인들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지만, 현장에서는 보다 직접적이고 체감도 높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지금 가장 많이 팔려야 할 ‘국민 과일’ 딸기가, 중동발 유가 쇼크 앞에서 뜻밖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