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가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다.
9일 MBN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원작자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난 연극배우 엄 모 씨가 있다. 엄 씨는 영화 속 인물 엄흥도의 31대손이라고도 한다. 지난 2000년 ‘엄흥도’라는 제목의 드라마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방송사 등에 투고한 적도 있는데,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엄 씨 유족에 따르면 “돌아가시기 1년 전에도 방송사에 저희가 공모전에 한 번 출품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해당 시나리오는 단종이 영월에 유배된 시기, 촌장 엄흥도와 교감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왕과 사는 남자'와 비슷한 설정이다.
엄 씨 유족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내용이 고인이 남긴 시나리오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영화 개봉 이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작품의 유사성을 지적받았다고 설명했다. 지인들이 영화를 본 뒤 고인이 쓴 작품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고, 이후 영화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의문이 커졌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MBN에 “이런 영화가 나왔는데 (주변에서) '너희 아버지 작품 아니야? 아버지가 쓰신 거 아니야?' 이랬어요. 영화를 계속 보다 보니까 아버지가 보이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영화 제작사에 시나리오 창작 과정과 자료 출처를 밝혀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현재 공식적으로 드러난 정보상으로는 '왕과 사는 남자'의 극본을 쓴 이들은 장항준 감독과 황석구 작가로 돼 있다.
영화 제작 과정과 관련해 장항준 감독은 앞서 인터뷰에서 시나리오 초고를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장 감독은 초기 원고를 바탕으로 수십 차례의 수정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인터뷰에서 “크고 작게 한 20번 정도 (시나리오) 수정을 한 거 같아요"라고 했다.

유족 측은 제작사와 싸울 생각은 없다면서 "원작자가 (저희 아버지가) 맞다고 하면, 이 작품에 아버지 이름이 들어갔으면..."이라는 말을 남겼다.
영화 제작사 온다웍스 측은 MBN에 "영화는 원안자, 원작자가 분명히 있다"라며 "기획이나 제작 과정에서 다른 작품을 참고하거나 접한 적 없다"고 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조선시대 단종의 유배 생활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서 쫓겨난 단종이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뒤, 지역 주민들과 교감하며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촌장 엄흥도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역사 속 인물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이 작품은 개봉 이후 빠른 속도로 관객 수를 끌어모으며 누적 관객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1천만 관객 기록을 달성하면서 극장가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흥행 열기와 함께 작품의 원작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