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국내 방산 생태계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향후 2년간 협력사 연구개발에 2000억 원을 투입하고 동반성장 펀드 규모를 15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리는 등 실질적인 기술 자립과 금융 지원을 골자로 한 상생 협력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경남 창원공장에서 지난 6일 열린 2026 현대로템 디펜스 상생 협력 컨퍼런스는 단순한 협력사 격려를 넘어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확정하는 자리가 됐다. 현대로템은 협력사의 부품 국산화와 미래 첨단 무기 R&D(연구개발: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만들기 위한 지적 활동)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3단계 추진 전략을 공개하며 방산 생태계의 질적 도약을 예고했다. 지역구 의원들과 67개 협력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수출 호조라는 외형적 성장 뒤에 가려진 공급망 불안 해소와 기술 내실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상생 성과공유제는 해외 사업 수주 시 수출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 성과를 협력사와 직접 나누는 혁신적인 보상 체계다. 부품 국산화 개발에 성공해 첫 계약이 체결되면 당해 연도에는 비용 절감분 전체를, 이듬해에는 절반을 협력사에 환원하는 구조를 갖췄다. 장기적인 거래가 이어질 경우 수주 물량을 우선 보장해 협력사가 안정적으로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단순한 단가 인하 압박에서 벗어나 협력사가 스스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자금 흐름의 혈맥을 뚫어주는 금융 지원책도 강화됐다. 기존 700억 원 규모였던 동반성장 펀드는 1500억 원으로 대폭 증액돼 협력사들이 저금리로 투자 및 운영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과의 3자 업무협약을 통해 무역금융 지원과 대출 우대금리 혜택도 추가됐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협력사가 수출용 부품 제작에 필요한 원자재를 조기에 확보하거나 설비 투자를 단행할 때 겪는 금융 장벽을 낮추려는 조치다.
기술 경쟁력의 핵심인 R&D 투자는 내년까지 2000억 원 규모로 집중 전개된다. 차세대 유무인 지상무기 플랫폼과 항공우주 분야, AI 및 무인화 관련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우선 과제다. 협력사가 대학이나 연구 기관과 연계해 기술을 교류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 과제 매칭을 통해 기술 자립을 뒷받침한다. 현대로템 기술 교육원은 매년 5600명 이상의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품질, 설계, AI 활용 업무 자동화 등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며 인적 자원 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산업 스파이나 인력 유출로부터 협력사를 보호하는 방어막도 견고해진다. 모의 해킹 대응 교육과 보안 컨설팅을 통해 협력사의 보안 체계를 진단하고, 핵심 인력 보호를 위해 윤리 규범에 인력 유출 방지 조항을 명문화했다. 기술 자료 요청 시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 중소기업의 소중한 자산인 기술력이 외부로 새 나가지 않도록 관리한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보호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방산 기술의 보안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전략을 상시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됐다. 구매본부 직속으로 상생협력실과 상생협력팀이 신설돼 협력사와의 소통 창구가 일원화됐다. 상생협력실은 정부 및 관계 기관과 연계해 현장의 기술적, 품질적 애로사항을 즉각 해결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협력사와의 결속을 운명 공동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전 세계가 한국 방산의 역량에 주목하는 시점에서 이번 상생 전략은 국내 방산 생태계의 하부 구조를 튼튼히 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협력사의 성장이 곧 완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때 K-방산은 일시적인 수출 붐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현대로템은 앞으로도 실질적이고 체감 가능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견고한 산업 토대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