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를 채칼로 2mm 두께로 썰어보세요... 이렇게 중독적인 맛은 처음입니다

2026-03-09 11:32

이름처럼 국물 맛이 핵심이라는 특이한 무김치

채칼로 무를 써는 모습.    / '김대석 셰프TV' 유튜브
채칼로 무를 써는 모습. / '김대석 셰프TV' 유튜브

봄이 오면 입맛이 먼저 방황한다. 겨우내 먹은 김장 김치가 슬슬 질려간다. 깍두기는 너무 뻔하고 그렇다고 새 김치를 담그자니 엄두가 안 난다. 봄 무 한 덩이로 만드는 '국물 무김치'가 딱 그 공백을 채워준다.

김치인데 국처럼 마시는 묘한 중독성

국물 무김치는 이름부터 생소하다. 깍두기처럼 무를 큼직하게 썰지 않는다. 채칼로 2mm 두께의 얄팍한 편으로 밀어낸다. 얇아서 양념이 무 속까지 빠르게 배어든다. 한 입 베어 물면 아삭한 식감과 함께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이 입 안에서 터진다. 일반 깍두기가 씹는 맛에 집중한다면, 국물 무김치는 그 이름처럼 국물 맛이 핵심이다. 밥 한 공기 앞에 두고 국물만 한 숟갈 떠 마셔도 밥도둑이 따로 없다. 김치인데 국처럼 마시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국물 무김치만의 매력이다.

국물무김치 / '김대석 셰프TV' 유튜브
국물무김치 / '김대석 셰프TV' 유튜브

일반 설탕 대신 뉴슈가 써야 맑고 시원

‘김대석 셰프TV’에 따르면 재료는 단출하다. 무 1개(1.6kg)를 채칼로 썰고, 천일염 2스푼과 뉴슈가 1/3스푼으로 30분간 절인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두 가지다. 절일 때 생수 반 컵을 함께 넣으면 소금이 무 전체에 골고루 퍼지면서 절이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 또 일반 설탕 대신 뉴슈가를 쓰면 나중에 국물이 걸쭉해지지 않고 맑고 시원하게 유지된다. 해본 사람만 아는 차이다.

국물무김치에 사용하는 무는 얇게 썰어야 한다. / '김대석 셰프TV' 유튜브
국물무김치에 사용하는 무는 얇게 썰어야 한다. / '김대석 셰프TV' 유튜브

무 두께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2mm가 최적이다. 너무 두꺼우면 양념이 속까지 배지 않아 맛이 덜하고, 너무 얇으면 숙성 과정에서 식감이 물러진다. 칼로 일일이 써는 것보다 채칼을 쓰는 것이 두께를 일정하게 맞추는 데 훨씬 유리하다. 단면이 지나치게 넓은 조각은 한 번 더 썰어 크기를 균일하게 맞춰주면 된다. 껍질은 벗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대로 두는 것이 식감과 영양 면에서 모두 낫다.

30분이 지나 무에서 국물이 흥건히 빠져나온다. 국물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여기에 소주를 세 스푼 넣으면 김치가 오래 보존된다. 담근 지 며칠이 지나도 국물이 깔끔하게 유지되는 이유가 바로 이 소주 한 술에 있다. 작은 디테일처럼 보이지만 국물 무김치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한 수다.

깔끔한 국물 유지하는 결정적인 한수는 '소주'

양념은 믹서기에 한꺼번에 갈아 만든다. 갈아만든 배 1캔(340mL), 마늘 8개, 양파 반 개, 새우젓 수북하게 1스푼, 생강 1톨, 생수 2컵(400mL), 찹쌀풀 1/3컵, 고춧가루 3스푼, 홍고추 5개, 청양고추 2개를 넣고 1분간 곱게 간다. 새우젓은 국물 무김치에서 빠지면 안 될 핵심 재료다. 발효된 새우젓이 풀어내는 깊고 묵직한 감칠맛이 국물 전체를 받쳐준다. 찹쌀풀은 물 반 컵에 찹쌀가루 한 스푼을 풀어 약 2분 30초 끓이면 완성된다. 이 풀이 양념에 농도를 더해 무에 착착 감기게 만든다.

국물무김치 / '김대석 셰프TV' 유튜브
국물무김치 / '김대석 셰프TV' 유튜브

절인 무에 믹서기로 간 양념을 그대로 붓고 섞으면 끝이다. 쪽파나 대파 같은 부재료 없이 무 자체의 맛으로만 승부한다. 재료가 단순한 만큼 무의 품질과 절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간을 보고 싱거우면 새우젓이나 소금으로 조절하되, 숙성되면서 간이 더 깊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살짝 짭조름한 정도가 딱 맞다.

완성된 김치는 베란다에서 이틀간 숙성하면 된다. 냉장고보다 온도 변화가 있는 베란다가 발효를 촉진한다. 이틀 뒤 뚜껑을 열면 발효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숙성이 제대로 됐다는 신호다. 거품이 가라앉은 뒤 냉장 보관하면 한동안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즐길 수 있다.

무는 영양적으로도 놓치기 아까운 식재료

무는 영양적으로도 놓치기 아까운 식재료다. 무에는 소화 효소인 디아스타아제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위장 부담을 줄이고 소화를 돕는다. 비타민 C와 엽산, 칼륨, 식이섬유도 골고루 들어 있어 면역력 관리에도 유익하다. 특히 비타민 C는 껍질 부분에 집중돼 있어, 이 레시피처럼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면 영양을 알뜰하게 챙길 수 있다. 봄철 나른하고 떨어진 기력을 회복하는 데 무 한 접시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산균까지 더해지면 장 건강에도 한몫한다. 채칼 꺼내는 데 1분, 재료 손질에 10분, 그리고 이틀의 기다림. 그것으로 충분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