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방심했다간 후회한다. 육지는 봄이어도 바다는 아직 겨울이다. 4월까지 어장에선 오히려 기름기가 최고조에 오른 제철 수산물이 쏟아진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열 달 뒤다.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를 운영하는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이 "3월 안에 반드시 먹어야 할 수산물"을 정리했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방어다. 12월엔 '방어 대란'이 벌어지며 kg당 5만 원을 넘어섰고, 7, 8kg짜리 한 마리에 40만 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격이 반토막 났다. 자연산 방어는 더 저렴하다. 500g 순살 한 팩에 2만9900원, 1kg 기준으로도 5만5000원 선이다. 값은 싸졌지만 맛은 오히려 올랐다. 2~4월은 어항기(영등철)로 불리는 시기다. 수온이 낮고 물살이 거센 탓에 어지간한 생선들의 기름기가 최고조에 달한다. 11월이나 12월에 방어를 먹고 실망했던 사람이라면 재도전할 때다. 실패 확률이 훨씬 낮다.

여름 보양식으로 유명한 민어도 지금 먹을 만하다. 제주도 인근 먼바다에서 월동 중인 민어를 잡아 올리는 시기다. 수온이 낮아 기름기가 붙어 있다. 6월 중순부터 가격이 치솟아 초복·중복에 정점을 찍는 여름 민어와 달리 지금은 가격 부담도 덜하다. 다만 대방어보다는 다소 비싼 편이다.
횟감으로는 참돔과 감성돔이 정점을 찍고 있다. 4, 5월 산란을 앞두고 살이 오를 대로 오른 시기다. 참돔은 산란기를 앞두고 배 속에 알을 채우기 시작하면서 육질이 차지고 탱글탱글해지며 기름기도 상당히 오른다.
우럭·광어·삼치·볼락도 4월까지 유효하다. 특히 전남 해남·완도·목포산과 충남 삼길포·당진·태안산 자연산 우럭이 지금 한창 맛이 좋다. 양식 우럭과 광어도 이 시기엔 충분히 맛있다. 여기에 가숭어(밀치)도 3월이 거의 끝물이니 서둘러야 한다.
도다리 시즌도 본격적으로 열렸다. '봄도다리'의 진짜 원조는 양식 강도다리가 아니라 문치가자미다. 경남 일대에서 '참도다리'로 불려온 이 생선은 봄도다리 쑥국의 재료이기도 하다. 다만 경남 통영·거제·부산 일대 자연산 전문 횟집에서 소진되는 물량이 많아 서울·수도권까지 올라오는 양은 많지 않다. 일부 고급 횟집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간이 판매된다. 표준명 '도다리'는 경남에서 담배도다리, 전라도에서는 호박가자미로 불리는 별개의 종이다.
동해안 쪽에선 기름가자미도 추천할 만하다. 동해안 일대에서 '미주구리'로 불리는 이 생선은 워낙 흔한 탓에 가격이 저렴하지만 이름처럼 기름기와 감칠맛이 좋아 회무침이나 세꼬시용으로 제격이다. 돌가자미(돌도다리·제도다리)는 동해보다 서해산을 추천한다. 지금 살밥이 좋은 서해산과 남해산 돌가자미가 맛이 나쁘지 않다. 줄가자미(이시가리)는 지금이 사실상 끝물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면 세꼬시로 즐길 만하다.

반찬감 생선으로는 열기(불볼락)와 임연수어를 꼽았다. 소금을 뿌려 연탄불에 굽는 게 가장 맛있지만 가정에서는 프라이팬 구이나 조림으로 즐겨도 충분하다.
갑각류로는 킹크랩과 대게·홍게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겨울에 내내 인기를 끌었던 레드 킹크랩이 물러가고 블루 킹크랩과 브라운 킹크랩이 들어오는 교체기다. 국산 대게는 살이 찬 것에 한해 추천한다.
조개류도 봄이 제철이다. 홍합은 지금 살이 꽉 찰 확률이 높다. 국물 육수용으로 쓸 때는 알홍합보다 껍데기째 끓이는 것이 시원한 국물을 뽑아내는 데 유리하다. 술 마신 다음 날 홍합탕 한 그릇이면 해장도 된다.
바지락과 북방대합(웅피조개)도 지금이 제철이다. 북방대합은 국산 외에 러시아산·캐나다산이 활조개 형태로 유통된다. 중국산은 빛깔이 어둡고 개조개처럼 생겼으니 구매 시 원산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대합(개조개)은 양념구이로 제격이고 미역국으로도 활용된다.
서해안 태안·안면도 일대에선 홍조개(북방밤색무늬조개)와 참조개(아담스백합)가 나온다. 동(물총조개류)은 해감이 다소 번거롭지만 해감이 어느 정도 된 것을 구입하면 편하다. 살조개는 충청남도권에서 주로 채취되며 캠핑 때 석쇠에 구워 먹거나 국으로 끓여도 좋다. 각시수랑, 일명 '서해골뱅이'는 살이 부드럽고 가격이 저렴해 추천할 만하다. 동해안에서 나는 접시조개(칼조개)는 겨울부터 봄 사이가 제철로 찜·탕 등으로 즐길 수 있다.
별미 해산물로는 멍게와 미더덕·오만둥이가 향이 그윽해질 시기에 접어들었다. 동해에서는 주문진부터 포항까지 화살꼴뚜기, 일명 '동해 한치'가 들어오고 있고, 갑오징어도 슬슬 잡히기 시작한다. 모두 횟감으로 추천할 만하다. 서해안에서는 갯가재(딱새)와 쏙(뻥설게)이 산 채로 나오기 시작했다. 갯가재는 장을 담가 먹거나 쪄 먹어도 좋고, 쏙은 탕·찜·튀김 모두 가능하다. 생산량은 갯가재가 쏙보다 많아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지난달까지 유효했던 수산물 중 3월에도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금태·옥돔·황돔·어름돔은 횟감으로 아직 판매되고 있으며 지방기도 좋다. 세조기(부세)도 4월까지 제철이 유지된다. 참가리비·홍가리비·굴·홍어도 현재 유효하다. 동해산 피문어·전복·해삼·개불·군소·딱새우·단새우·부채새우도 챙길 만하다.
반면 3월을 넘기면 슬슬 마무리해야 할 것들도 있다. 물메기, 미거지(물곰탕 재료), 도치·도치알, 아귀, 대구는 3~4월이 생물 제철의 끝물이다. 꼬막도 아직 먹을 수 있지만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제철이 지난 수산물은 맛도 떨어지고 가격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