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험한 기운이 서려 있다고 전해지는 충남 공주의 계룡산은 발길이 닿는 곳마다 깊은 사연을 품고 있다. 계룡산의 동서남북에는 저마다의 색을 지닌 사찰들이 자리하는데, 그중 남쪽 기슭에 자리한 신원사는 화려함보다 정갈하고 아담한 멋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빽빽한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신원사는 백제 의자왕 11년인 651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고구려 승려 보덕이 세웠다는 설도 있으나, 절터에서 백제 시대 기와 조각이 출토되면서 백제와 깊은 인연을 지닌 사찰로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 풍파를 견디며 중건을 거듭해 온 이 절집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이곳은 신라 시대부터 국가 차원에서 산천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다.

특히 경내에 자리한 중악단은 명성황후와 깊은 인연을 지닌다. 조선 태조 때 건립된 국가 산신 제단인 이곳은 효종 때 폐지되었으나, 조선 후기 명성황후의 주도로 재건되었다. 명성황후가 이곳에서 기도를 올려 순종을 얻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나라의 안녕과 왕실의 평안을 함께 염원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보물 제1293호로 지정된 중악단에서는 오늘날에도 계룡산 산신제가 열리며 그 전통을 잇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북쪽의 묘향산 상악단, 남쪽의 지리산 하악단, 그리고 중앙인 계룡산에 중악단을 두어 국운을 기원했다. 현재는 중악단만이 유일하게 남아 조선 시대 왕실 건축 양식을 전하고 있다.
신원사는 민속 신앙과 불교가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매년 열리는 계룡산 산신제는 유교와 불교, 무속 신앙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사찰 곳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노사나불 괘불탱을 비롯해 고왕암과 대웅전 등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문화재가 자리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세월이 묻어난 나무 기둥과 빛바랜 단청이 주는 편안함이 이곳의 매력으로 꼽힌다.

신원사를 충분히 둘러봤다면 인근의 공주 공산성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좋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공산성은 금강을 내려다보며 걷는 성곽길로 잘 알려져 있다. 낮에는 유려한 곡선의 성곽을 감상할 수 있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또 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역사와 자연을 함께 살필 수 있는 이 일대는 일상에서 벗어나 차분히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공주 신원사는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이용 요금 없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사찰의 고요한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