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던 한국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 공개 3일 만에 7위에 오르며 역주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지난 2024년 11월 6일 개봉한 청춘 로맨스 영화 '청설'이다. 개봉 1년 4개월 만인 지난 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 영화는 6일 기준 TOP 7에 진입하며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청설'은 2009년 제작된 대만 영화 '청설(Hear Me)'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조선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홍경·노윤서·김민주가 주연을 맡았다. 러닝타임 109분, 전체 관람가 등급이다.

영화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목표도, 꿈도 없이 방황하던 청년 용준(홍경)이 어머니 성화에 못 이겨 도시락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 수영장에서 수어(수화)를 쓰는 여름(노윤서)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여름에게 첫눈에 반한 용준은 서툴지만 거침없이 그에게 다가가고, 올림픽을 준비 중인 수영 선수 여름의 동생 가을(김민주)은 그런 용준을 옆에서 응원한다. 하지만 동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뒤로 미루던 여름이 어느 순간부터 용준을 밀어내기 시작하면서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극장 성적은 아쉬웠다. 관객 수는 약 80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인 120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찍었지만 흥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넷플릭스 공개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극장에서 놓쳤던 10·20대 시청자와 원작 팬들이 한꺼번에 유입되면서 역주행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만·일본식 감성 로맨스를 좋아하는 팬층 사이에서 "한국 정서로 잘 재해석된 리메이크"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OTT에서 추가 화력을 얻고 있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수어를 중심으로 한 감정 전달 방식이다. 주요 장면에서 대사 대신 손짓, 눈빛,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촬영감독 강민우는 "이 영화는 잘 들여다봐야 하는 영화다. 인물들을 수어·표정·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카메라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최소화하고 배우들의 얼굴과 손짓을 오래 담는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조선호 감독은 이 작품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이해, 존중에 관한 이야기"로 정의하며, 수어라는 언어를 통해 말보다 깊은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작의 큰 틀을 가져오되 대학·취업·경제적 부담 등 현재 한국 청춘들이 실제로 겪는 고민을 배경에 녹여냈다.
세 배우 모두 촬영 전 3개월간 집중적으로 수어를 배웠고, 쉬는 시간에도 서로 수어로 대화할 정도였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홍경은 "노윤서가 먼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다"고 밝혔고, 노윤서는 "용준이 여름에게 순수하고 진실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예뻐 보였고, 자매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였다"며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상업 영화에 첫 도전한 김민주는 수어와 수영을 수개월간 병행 훈련하면서 "수어를 배우며 세상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영화를 본 관람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네이버 영화 실관람객 평점은 8.02점을 기록했다. "순수하고 깨끗하며 감동적인 영화", "기대 없이 봤다가 눈물 한 바가지 흘리고 나왔어요", "진짜 무해하고 위로가 된다", "간만에 가슴 따뜻한 깨끗한 영화 봐서 너무 좋았어요"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10·20대에게는 풋풋한 설렘을, 30대 이상에게는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넷플릭스 공개로 재조명 중인 영화 '청설'이 OTT 흥행 기록을 새로 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