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을 밀어내고, 척박한 땅과 차가운 눈 속에서 피어난 우리 자생식물들이 화사한 봄의 전령사로 나섰다.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국립세종수목원 내 희귀특산식물전시온실에서 봄을 알리는 자생식물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5일 밝혔다. 희귀·특산식물 480여 종을 정성껏 보전하고 있는 이 온실에서는 오는 15일까지 봄에만 찰나의 자태를 허락하는 진귀한 우리 꽃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온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의 코끝을 스치는 것은 ‘백서향(Daphne kiusiana)’의 짙고 달콤한 내음이다. 팥꽃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작은키 식물인 백서향은 ‘상서로운 향기가 나는 흰 꽃’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그 향기가 무려 천 리를 간다고 하여 흔히 ‘천리향’으로도 불린다. 은은하면서도 멀리 퍼지는 제주 자생식물의 향취가 온실 전체를 가득 채우며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우리나라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자, 전 세계 노루귀속 식물 중 가장 덩치가 큰 ‘섬노루귀(Hepatica maxima)’도 웅장한 꽃을 피워 올렸다. 섬노루귀는 겨울철 적설량이 유독 많은 울릉도의 척박하고 가혹한 자연환경에 적응해, 이른 봄 꽁꽁 언 눈을 뚫고 개화하는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이 밖에도 발길이 닿는 곳마다 다채로운 우리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고산지대의 매서운 바람을 견뎌낸 털진달래, 우리나라 고유의 특산식물인 변산바람꽃, 숲속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보춘화가 앙증맞은 자태를 뽐낸다. 잎이 돋아나는 모양이 솜털 보송한 노루의 귀를 닮은 노루귀, 보라색의 매혹적인 꽃잎과 연잎을 축소해 놓은 듯한 동그란 잎사귀가 특징인 깽깽이풀, 물가를 수놓는 돌단풍 등 10여 종의 자생식물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상춘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신구 국립세종수목원장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우리 땅에서 자라난 자생식물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고, 봄꽃들이 지닌 독특한 생태적 특성을 국민 대중과 널리 공유하고자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가족, 연인과 함께 수목원을 방문해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그 속에 오롯이 담긴 생존의 지혜를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