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묵은 나물을 꺼내기 가장 좋은 시기다. 겨울 동안 수분이 빠지며 향과 맛이 응축된 나물은 이른 봄의 기운과 만나 깊은 풍미를 낸다. 흔히 묵나물이라 부르는 말린 취나물, 고사리, 토란대, 시래기 등은 봄 제철 생나물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풋풋함 대신 구수함과 진득한 감칠맛이 살아 있다. 겨울을 통과한 시간의 맛이다.
묵나물볶음의 시작은 불림이다. 말린 나물은 찬물에 최소 6시간 이상, 가능하다면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충분히 불려야 한다. 중간에 물을 한두 번 갈아주면 잡내를 줄일 수 있다. 고사리나 토란대처럼 질긴 나물은 불린 뒤 한 번 더 삶아야 부드러워진다. 끓는 물에 10~20분 삶은 뒤 불을 끄고 그대로 식히면 섬유질이 한층 연해진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아무리 오래 볶아도 질긴 식감이 남는다.

불리고 삶은 나물은 손질이 중요하다. 너무 굵은 줄기는 반으로 가르거나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손으로 살짝 찢어 결을 살려주면 양념이 더 잘 밴다. 이때 물기를 꽉 짜지 말고, 살짝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수분이 남아 있어야 볶는 과정에서 마르지 않고 부드럽게 완성된다.
양념은 의외로 단순해야 한다. 국간장과 다진 마늘, 들기름이 기본이다. 3월 묵나물볶음에는 들기름의 고소한 향이 특히 잘 어울린다.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약불에서 마늘을 먼저 볶아 향을 낸 뒤, 나물을 넣고 천천히 볶는다. 이때 센 불을 쓰면 겉만 타고 속은 질길 수 있다. 중약불에서 7~10분 정도, 나물이 숨이 죽고 색이 짙어질 때까지 충분히 뒤집어야 한다.

수분 조절도 맛을 좌우한다. 볶는 도중 너무 뻑뻑하다면 나물을 삶았던 물이나 멸치 다시마 육수를 두세 큰술 넣어 뚜껑을 덮고 잠시 뜸을 들인다. 수증기가 나물 속까지 스며들면서 질감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마지막에 들기름을 한 번 더 둘러 윤기를 더하고, 통깨를 살짝 뿌리면 향이 살아난다. 간은 마지막에 보고 부족하면 국간장을 약간만 추가한다. 처음부터 간을 세게 하면 짜기 쉽다.
묵나물볶음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다. 비빔밥의 재료로도 훌륭하고, 따뜻한 밥 위에 올려 간장 한 방울 떨어뜨려 먹어도 좋다. 특히 3월처럼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구수하고 깊은 맛이 입맛을 안정시킨다. 겨울 내내 움츠렸던 식탁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생나물이 산뜻한 봄을 알린다면, 묵나물은 겨울을 정리하며 봄으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한다.

영양 면에서도 묵나물은 가치가 있다.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은 빠지지만 식이섬유와 무기질은 농축된다. 고사리와 취나물에는 칼륨과 철분이 풍부해 나른해지기 쉬운 환절기에 도움이 된다. 다만 고사리는 충분히 삶아 아린 맛과 자연 독성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 손질을 제대로 해야 안전하고 맛있다.
3월의 묵나물볶음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구수한 향이 천천히 퍼지며 밥을 부른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차분하고 단단한 맛이다. 냉장고 깊숙이 넣어두었던 말린 나물을 꺼내는 일, 그것이 계절을 맞이하는 가장 소박한 방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