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00원 선을 위협하며 장중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하나은행 공시 자료에 따르면 고객이 현찰로 달러를 살 때 적용되는 가격은 1502.44원에 달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 벽을 이미 넘어섰다. 현찰을 팔 때 가격은 1450.76원이며 해외로 송금할 때(보내실 때) 환율은 1491.00원, 받을 때 환율은 1462.20원으로 집계됐다.
다른 주요 통화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이며 원화 가치를 압박하고 있다. 유럽연합(EUR) 유로화의 매매기준율은 1713.82원을 기록하며 1700원 선에 안착했다. 현찰로 유로를 구매할 경우 1747.92원을 지불해야 하는 수준이다. 일본 엔화(JPY)는 100엔당 936.48원을 기록하며 달러 대비 상대적 약세를 보였으나 원화보다는 강한 흐름을 유지했다. 중국 위안화(CNY) 매매기준율은 213.53원으로 공시됐으며 현찰 살 때 가격은 224.20원까지 올랐다. 달러 대비 다른 통화들의 가치를 나타내는 미화환산율은 유로 1.161, 엔화 0.634, 위안화 0.145로 나타났다.
환율 폭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격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며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자금이 급격히 쏠렸다. 세계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유가 급등은 경상수지 악화와 직결되며 이는 다시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고환율 현상은 국내 물가에도 비상을 걸었다. 수입 물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면서 생활 물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해외 직구족과 유학생 자녀를 둔 가계의 실질 소득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1만 달러를 송금할 경우 불과 몇 달 전보다 수백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기업들 역시 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은 환차익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라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감소가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