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란 공습에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처음에 거부한 것을 두고 "매우 실망했다"고 밝히면서 미영 정상 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스타머 총리의 초기 거부 결정을 "아마도 양국 사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스타머 총리가 법적 문제를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머 총리가 입장을 바꾸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지적하며 이란이 영국 시민 다수를 죽인 책임이 있는 만큼 처음부터 기지 사용을 허용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과 다리, 얼굴이 날아간 사람들이 있다. 이런 끔찍한 사건의 95%는 이란 소행"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사례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스타머 총리가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넘기기로 한 합의에 대해서도 "매우 진보적인 짓"이라고 재차 비판하며 "토지 소유권을 유지하고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이들에게 넘기지 않는 것이 법적으로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처음에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와 RAF 페어퍼드 공군기지를 미군에 제공하는 것을 국제법 위반 우려를 이유로 거부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란이 공격에 가담하지 않은 역내 국가들을 향해 수백 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자 입장을 바꿔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방어 목적"에 한해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허용 범위는 이란의 미사일 저장고와 발사대 타격에 국한됐으며, 영국은 공세적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 결정이 집단 자위권 원칙에 따라 국제법에 부합한다는 법률 요약문도 공개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하원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 공습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우리 결정에 이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영국의 국익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내 의무이며, 나는 그 판단을 내렸고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기지 사용 허가 배경으로 이란의 무차별 공격을 들었다. 이란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바레인, 오만 등 초기 공격에 가담하지 않은 국가들을 향해 수백 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으며,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향해 추가 공격을 감행했다. 그는 현재 중동 지역에 거주자, 관광객, 환승객을 포함한 영국 시민 약 30만 명이 체류 중이며 많은 이들이 공항과 호텔에 발이 묶여 있다고 밝혔다. 또 전날 RAF 아크로티리 기지에서 영국군으로부터 800야드(약 730m) 이내 지점에 이란 드론이 떨어졌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최고 지도자의 사망이 이란의 행동을 완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무모하고 파괴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이어 "우리 모두는 이라크에서의 실수를 기억하며, 그 교훈을 얻었다"며 영국이 초기 이란 공습에 참여하지 않은 결정과 공세적 작전에 불참하는 현재 입장을 정당화했다. 그는 "이 정부는 공중 폭격을 통한 정권 교체를 믿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한편 스타머 총리가 기지 사용 허가를 발표한 지 한 시간 뒤 이란의 샤헤드 자폭 드론이 키프로스 소재 RAF 아크로티리 기지를 타격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국방부는 기지 내 군인 가족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타격은 영국의 결정에 대한 대응이 아니며, 우리 발표 이전에 드론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키프로스의 영국 기지들은 미군의 공세적 공습에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현재 스타머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을 규탄하라는 좌파 진영의 요구와 기지 사용을 지지하지 않았던 점을 비판하는 우파 진영의 압박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