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개봉했던 작품이,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넷플릭스 TOP10 상위권에 다시 올라오는 건 흔치 않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개봉 6년 만에’ 한국 TOP10에 재진입하더니, 곧바로 4위까지 찍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천만 영화의 후속”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발했던 영화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한 번은 극장에서 검증받았고, 지금은 OTT에서 ‘재발견’ 중이라는 뜻이다.
정체는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다. 2020년 7월 15일 개봉한 116분 분량의 액션 영화로, 누적관객 수 3,812,233명을 기록했다. 1일 넷플릭스 코리아에 따르면 ‘반도’는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4위에 올랐다. 같은 날 순위는 1위 ‘파반느’, 2위 ‘사흘’, 3위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4위 ‘반도’, 5위 ‘시동’, 6위 ‘파이어브레이크’, 7위 ‘관상’, 8위 ‘어쩔수가없다’, 9위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10위 ‘생일’ 순이었다. 핵심은 ‘지금’ 시청이 몰린 리스트에서 2020년 영화가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는 사실이다.

‘반도’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작품은 2016년 개봉해 1,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K-좀비’의 시작을 알린 영화 ‘부산행’의 후속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부산행 그 후 4년’이라는 부제처럼, 감독도 장르도 세계관도 같은 축 위에 있다. ‘부산행’이 좀비를 한국 상업 영화의 대중 중심으로 끌어올린 작품이었다면, ‘반도’는 그 세계를 더 넓히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방향을 튼 셈이다.
캐스팅은 제목 그대로 ‘초호화’다. 강동원, 이정현이 주연을 맡았고 이레,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등이 출연했다. 당시 강동원은 제작발표회서 "속편을 한다는 게 배우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다. 감독님이 갖고 계신 비전이나 생각이 좋았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부산행'을 좋아했던 분들은 이 영화를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이정현은 작품에서 모성애와 생존 본능을 전면에 세운 연기로 무게를 잡았다. 그는 “워낙에 시나리오를 한 번만 읽어도 어떤 캐릭터라는 게 바로 보였다”며 인물을 설명했고, “현장에서 감독님의 디렉션이 굉장히 정확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디렉션 짚어주신 게 큰 도움이 됐다”며 “극 중에서 이레와 이예원 둘이 제 딸이다. 이레는 중간에 만나 제가 딸로 키우는 것이었지만 실제 둘이 제 딸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줄거리는 좀비 바이러스 창궐 4년 후의 한반도에서 시작된다.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은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제한 시간 내 지정된 트럭을 확보해 반도를 빠져나와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4년 전보다 더욱 거세진 대규모 좀비 무리가 정석 일행을 습격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 가족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정석은 이들과 함께 반도를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로 한다. 되돌아온 자, 살아남은 자 그리고 미쳐버린 자. 필사의 사투가 시작된다.
제작진은 ‘부산행’이 한국 상업 영화 최초로 좀비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가져오며 장르의 저변을 확장했다면, ‘반도’는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최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한다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도 “이성이 무너진 세상, 야만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의 삶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야만성이 내재되어 있는 세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가는 호불호가 엇갈린다. 이 작품은 현재 네이버 기준 평점 7.17점을 기록 중이다. 관람객들은 “한국판 분노의 질주”, “부산행에 마동석이 있다면 반도에는 이레가 있다”,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의 인간이 본성을 잘 나타냈다”, “ 정신없이 봤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립되어 미쳐버린 인간 이야기”, “부산행은 좀비에 시선이 간다면 반도는 액션에 시선이 가네요” 등 반응을 내비쳤다. 다만 예상 가능한 전개와 클리셰가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봉 6년 만의 4위’는 강력한 재조명 신호다. ‘부산행’ 세계관의 후속작이라는 정체성, 강동원·이정현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캐스팅, 그리고 좀비보다 인간이 더 위협적으로 그려지는 구도까지.
극장 개봉 때 지나쳤던 관객에겐 “지금 다시 볼 이유”가 생겼다. 넷플릭스 TOP10에서 ‘반도’가 다시 달리는 이유는, 결국 그 지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