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이제 그만 데치세요... '이렇게' 요리해야 가족들이 놀라면서 먹습니다

2026-02-27 17:03

한국 시금치로 재현하는 베트남 공심채 볶음의 맛

시금치. AI 툴로 만든 사진.
시금치. AI 툴로 만든 사진.

공심채(空心菜) 볶음 한 접시가 식탁에 오르면 그 자리가 순식간에 동남아 길거리 식당으로 바뀐다. 뜨거운 팬에서 마늘 향과 굴소스가 더해지며 만들어지는 그 묵직하고 진한 맛. 그런데 만약 시금치로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면? 집 냉장고에 흔히 굴러다니는 시금치 한 봉지로 베트남 현지 식당 부럽지 않은 볶음 요리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냉장고를 열면 어김없이 눈에 띄는 시금치 한 봉지. 데쳐서 무침으로만 먹기엔 어쩐지 늘 같은 맛이다. 그런데 이 시금치를, 동남아시아 여행자들이 현지에서 맛보고 홀딱 반해 돌아오는 공심채 볶음 방식 그대로 볶아내면 어떨까.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페퍼론치노를 넣어 지글지글 볶아내는 순간, 부엌이 베트남 길거리 식당으로 변한다.

공심채는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남부 일대에서 즐겨 먹는 채소다. 자라면서 줄기 속이 비어 공심채라는 이름이 붙었고, 영어로는 워터 스피니치(Water Spinach), 또는 모닝글로리라고도 불린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등지에서는 한국의 김치에 빗댈 만큼 식탁에 빠지지 않는 존재다. 동남아 현지에서 무엇을 먹을지 모르겠으면 무난하게 공심채 볶음을 시키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입문자에게도 실패 없이 맛있는 음식으로 통한다.

시금치를 볶는 모습. AI 툴로 만든 사진.
시금치를 볶는 모습. AI 툴로 만든 사진.

공심채 볶음의 핵심은 재료 자체의 강한 맛보다는 마늘 기름과 굴소스, 피시 소스가 어우러진 감칠맛, 그리고 아삭하게 살아있는 식감에 있다. 강한 불에서 빠르게 볶아야 식감을 살릴 수 있고, 잎 부분은 줄기보다 훨씬 빨리 숨이 죽기 때문에 줄기와 잎을 나눠서 순서대로 넣는 것이 포인트다. 줄기 속에 구멍이 나 있어 소스가 깊이 스며드는 것도 공심채 볶음이 유독 맛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공심채는 고온 다습한 기후에서 자라는 채소라 한국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형 마트에서 간간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늘 신선한 상태로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것이 시금치다. 공심채와 마찬가지로 줄기와 잎으로 이뤄진 구조, 비슷하게 부드러운 식감, 여기에 마늘 기름과 간장·굴소스가 더해지면 그 맛이 놀랍도록 공심채 볶음에 가까워진다.

시금치를 공심채처럼 볶는 모습. AI 툴로 만든 사진.
시금치를 공심채처럼 볶는 모습. AI 툴로 만든 사진.

조리법은 간단하다.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불을 켜기 전 다진 마늘을 넣어 함께 가열한다. 마늘을 처음부터 찬 기름과 함께 올려야 타지 않으면서 마늘 향이 기름에 충분히 배어든다. 여기에 페퍼론치노나 베트남 고추를 넣어 매콤한 향을 더한다. 페퍼론치노는 잘게 다지면 매운맛이 강해지고, 통째로 사용하면 향만 은은하게 살아나니 취향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 마늘 향이 확 올라오면 강불로 올린 뒤 시금치의 줄기 부분을 먼저 넣고 빠르게 볶는다. 줄기가 어느 정도 숨이 죽으면 잎 부분을 넣고, 간장과 굴소스를 더해 빠르게 섞어낸다. 마지막으로 통깨를 뿌려 마무리하면 된다. 전 과정이 2~3분을 넘지 않는다. 볶은 즉시 먹어야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간장을 쓰는 이유는 공심채 볶음 원본 레시피에서 피시 소스가 하는 역할과 비슷하다. 짭짤하면서 감칠맛을 더해주는 것이다. 피시 소스나 멸치 액젓이 있다면 간장 대신 활용해도 더욱 동남아 현지의 맛에 가까워진다. 굴소스는 깊고 달큼한 감칠맛을 책임지는 핵심 재료다.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시금치 볶음. AI 툴로 만든 사진.
시금치 볶음. AI 툴로 만든 사진.

이렇게 완성된 시금치 볶음은 흰 쌀밥 위에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쌀국수나 볶음밥과 곁들여도 잘 어울리고, 맥주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시금치는 맛뿐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내세울 것이 많은 채소다.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영양이 촘촘하게 담겨 있다. 비타민 A는 시력 보호와 피부 건강,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고, 비타민 C는 면역력 강화와 간 해독을 돕는다. 엽산은 세포 생성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임산부와 성장기 아이에게 특히 중요하다. 시금치 100g에는 엽산이 상당량 함유돼 있어 딸기나 토마토 등 다른 채소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루테인과 제아잔틴은 눈 속 망막을 보호하고 노인성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촉진해 혈압 관리에 기여하고,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 건강과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동의보감에는 시금치가 혈액을 생성하고 출혈을 막으며 눈을 맑게 하고 변비를 없앤다고 기록돼 있을 만큼, 예로부터 건강 식재료로 인정받아 왔다.

이렇게 영양이 풍부한 시금치를 기름에 볶아내면 지용성 비타민인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의 흡수율이 높아진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데쳐 무치는 것도 좋지만, 기름에 마늘 향을 입혀 볶아내는 방식이 영양 흡수 측면에서도 유리한 조리법인 셈이다. 다진 마늘과 페퍼론치노, 굴소스와 간장만 있으면 충분하다. 냉장고에 잠들어 있는 시금치를 꺼내 들자.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