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자락이 포근하게 감싸안은 공주 마곡사는 오랜 세월 풍파 속에서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예부터 이곳은 전쟁의 불길조차 닿지 않는 길지인 ‘십승지지’ 중 하나로 꼽혔다. 실제로 마곡사는 임진왜란의 참화 속에서도 안전했으며, 6·25전쟁 당시에도 병화를 입지 않고 살아남아 그 원형을 보존했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수천 년 전 선조들이 거닐었을 그 길을 오늘날에도 온전히 밟아볼 수 있다. 산사로 향하는 길목마다 서린 고요한 공기는 이곳이 삶과 신앙이 응축된 깊이 있는 공간임을 느끼게 한다.

마곡사라는 이름은 신라 보철화상이 설법을 전할 때 모여든 신도들이 마치 삼밭의 삼대(麻)가 우거진 것 같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사찰 내부로 들어서면 계곡물을 사이에 두고 남원과 북원으로 나뉜 독특한 가람 배치를 마주하게 된다. 남쪽 영역인 남원은 수행의 공간인 영산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북쪽 영역인 북원은 대웅보전과 대광보전이 자리해 예불의 공간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개울을 경계로 수행과 예불의 공간이 공존하는 구성은 한국 사찰 건축에서도 매우 특이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풍부한 문화유산 또한 마곡사의 품격을 더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그 가치를 인정받은 마곡사는 보물 제800호 영산전을 비롯해 귀중한 유산들을 품고 있다. 영산전은 사찰 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내부에는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북원의 중심인 대광보전은 화려한 단청과 함께 조선 후기 불교 건축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특히 대광보전 앞 오층석탑은 고려 후기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보탑으로, 일반적인 한국 석탑과는 다른 독특한 머리장식을 갖춰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조선 세조가 탔던 연(가마)을 비롯해 보물 7점은 물론 충청남도 유형문화재와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다수의 문화재가 사찰 곳곳에 있어 마곡사는 살아있는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근대 불교문화의 맥을 잇는 장소로서의 의미도 깊다. 마곡사는 근대 불화의 중심지였던 ‘남방화소’로 불리며 수많은 화승을 배출했다. 또한 백범 김구 선생이 잠시 출가해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머물렀던 인연도 있다. 사찰 한편에는 김구 선생이 머물던 백범당과 그가 직접 심었다고 전해지는 향나무가 남아 있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생생하게 전한다.

현재 마곡사의 입장료는 무료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관람료 징수가 폐지돼 누구나 부담 없이 사찰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산사 주변을 흐르는 태화천(마곡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백범 명상길과 소나무 숲길은 여행객에게 깊은 휴식을 선사한다. 사찰 입구에는 넓은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공주시에서 운영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해 방문하기에도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