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릭 부테린, 양자컴퓨터 대비 이더리움 로드맵 공개

2026-02-27 08:28

이더리움 2029년 청사진 제시

비탈릭 부테린 / 뉴스1
비탈릭 부테린 / 뉴스1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이 양자컴퓨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더리움 재단이 최근 포스트양자 암호 연구 전담팀을 꾸린 데 이어 나온 조치다.

부테린은 27일 엑스(X)에서 양자컴퓨터가 장기적으로 이더리움의 보안 체계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실용 단계의 양자컴퓨터는 이더리움의 디지털 서명과 암호 시스템을 즉각적으로 무력화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술이 발전할 경우 기존 암호 방식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선제적 대응이다.

부테린은 네 가지 취약 지점을 짚었다. 합의 과정에서 사용하는 검증인 서명, 데이터 가용성 시스템, 일반 지갑 서명, 그리고 일부 애플리케이션과 레이어2 네트워크가 활용하는 영지식증명이다. 특히 현재 검증인들이 사용하는 BLS 디지털 서명은 강력한 양자컴퓨터 환경에서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해시 기반 서명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시 기반 서명은 양자 공격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또 이더리움이 대량의 거래 데이터를 검증하고 저장하는 데 사용하는 KZG 커밋먼트 역시 장기적으로는 양자내성 대안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적 개편이 수반되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일반 이용자 측면에서는 ‘EIP-8141’ 업그레이드가 핵심으로 제시됐다. 이 제안은 지갑 계정이 향후 다양한 서명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갑이 단일한 표준 서명 방식을 사용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필요 시 양자내성 서명 체계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영지식증명 역시 과제로 언급됐다. 프라이버시 도구와 다수의 레이어2 확장 네트워크가 활용하는 이 기술은 양자내성 버전이 존재하지만, 현재 이더리움 상에서 검증 비용이 높은 편이다. 부테린은 EIP-8141에 포함된 ‘검증 프레임’ 개념을 통해 다수의 서명과 증명을 하나의 압축된 증명으로 묶어 검증하는 구조를 도입하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이더리움 재단은 2029년까지의 업그레이드 방향을 담은 초안 로드맵 ‘스트로맵’을 공개했다. 이는 공식 확정안은 아니지만, 향후 연구개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문서다. 문서에는 ▲거의 즉각적인 거래 확정성 ▲처리량 대폭 확대 ▲기본 계층 내장형 프라이버시 ▲양자내성 보안 ▲기본 계층과 레이어2 간 통합 강화라는 다섯 가지 목표가 담겼다.

현재 이더리움은 거래가 블록에 포함되는 속도는 빠르지만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확정되기까지는 약 16분이 걸린다. 부테린은 슬롯과 확정성을 분리하는 구조로 전환해 최종 확정 시간을 6~16초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확정 시간이 분 단위에서 초 단위로 줄어들 경우 대규모 자산 이동과 금융 애플리케이션 운용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레이어2 전략에 대해서도 조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과거에는 확장성의 상당 부분을 레이어2에 맡기는 구상이 중심이었으나, 기본 계층의 확장성 개선과 일부 롤업의 탈중앙화 지연 등을 고려해 기본 계층과 레이어2가 병행 강화되는 이중 트랙 전략이 제시됐다. 기본 계층을 더 강하게 만들면서도 레이어2의 처리 용량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이다.

프라이버시 역시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스트로맵은 기본 계층에서 ‘실드 전송’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거래 세부 정보를 모두 공개하지 않고도 이더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양자내성 암호 역시 장기 전략의 한 축이다. 이더리움 재단은 이미 포스트양자 연구팀을 구성했으며, 스트로맵은 이러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로드맵은 향후 거버넌스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지만, 이더리움이 속도와 확장성, 프라이버시, 보안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재단 연구원 저스틴 드레이크는 이더리움이 궁극적으로 ‘가치의 인터넷’으로 자리 잡고, 이더가 인터넷의 화폐로 기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