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조름하면서도 윤기가 흐르는 콩자반은 밥상 위에서 빠지지 않는 밑반찬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콩자반을 만들 때 설탕이나 물엿, 올리고당을 듬뿍 넣어야 맛과 윤기가 산다고 생각한다.
단맛이 들어가야 콩이 쪼글쪼글해지지 않고 반질하게 코팅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당류를 전혀 넣지 않고도 충분히 촉촉하고 윤기 나는 콩자반을 만들 수 있다. 핵심은 콩을 삶는 과정과 조림의 온도 조절, 그리고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내는 조리법에 있다.

먼저 콩 선택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검은콩이나 서리태를 많이 사용하는데, 햇콩을 고르면 껍질이 단단하지 않아 식감이 부드럽다. 오래된 콩은 아무리 오래 삶아도 속까지 촉촉해지기 어렵다. 콩은 깨끗이 씻은 뒤 넉넉한 물에 6시간 이상, 가능하다면 하룻밤 정도 불린다. 이때 물은 콩의 세 배 이상 붓는 것이 좋다. 충분히 불린 콩은 조리 시간이 단축되고 껍질이 터질 확률도 줄어든다.
불린 콩은 불린 물 그대로 냄비에 넣고 중약불에서 천천히 삶는다. 센 불로 급하게 끓이면 껍질이 벗겨지기 쉽다. 끓기 시작하면 거품을 걷어내고, 뚜껑을 살짝 열어둔 채 20~30분 정도 삶는다. 콩이 손으로 눌렀을 때 쉽게 으깨질 정도로 익으면 적당하다. 이때 삶은 물을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콩 삶은 물에는 고소한 맛과 영양이 녹아 있어 조림의 밑국물로 활용하면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조림 단계다. 삶은 콩에 간장 3큰술과 콩 삶은 물 1컵을 넣고 약불에서 서서히 졸인다. 설탕이나 물엿을 넣지 않는 대신, 양파 반 개를 굵게 채 썰어 함께 넣는다. 양파는 조리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며 국물에 은은하게 배어든다. 여기에 마늘 한두 쪽을 편으로 썰어 넣으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단맛이 조금 더 필요하다면 말린 대추 한두 알을 넣어도 좋다. 대추 역시 당류를 추가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단맛을 보완해준다.
조림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 조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약불을 유지해야 콩이 쪼그라들지 않고 촉촉함을 유지한다.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천천히 졸이되, 중간에 여러 번 뒤적이지 않는 것이 좋다. 자주 저으면 껍질이 벗겨질 수 있다. 냄비를 가볍게 흔들어주는 정도로만 움직인다.

윤기를 내는 비결은 마지막 단계에 있다. 불을 끄기 직전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반 큰술 정도 넣고 가볍게 섞는다. 기름이 콩 표면을 얇게 감싸면서 자연스러운 광택이 생긴다. 여기에 불을 끈 뒤 남은 열로 한 번 더 뜸을 들이면 콩 속까지 간이 스며든다. 완전히 식으면서 국물이 졸아들면 별도의 당류 없이도 반질한 윤기가 살아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다시마를 활용하는 조리법이 있다. 콩을 졸일 때 다시마 한 조각을 함께 넣으면 자연스러운 감칠맛이 더해진다. 다시마에서 우러난 점질 성분이 국물에 농도를 더해 코팅 효과를 내기 때문에 물엿 없이도 표면이 매끄럽게 완성된다. 단, 너무 오래 끓이면 쓴맛이 날 수 있어 중간에 건져내는 것이 좋다.

완성된 콩자반은 완전히 식힌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설탕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상온 보관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대신 짠맛과 고소함이 중심이 되어 질리지 않는 맛을 유지한다. 필요할 때마다 덜어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우거나, 그대로 차갑게 먹어도 좋다.
당류를 넣지 않은 콩자반은 처음에는 단맛이 덜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씹을수록 콩 본연의 고소함과 양파, 대추에서 우러난 자연스러운 단맛이 어우러지며 담백한 매력을 드러낸다. 과하게 달지 않아 매일 먹어도 부담이 없다.
밑반찬은 오래 두고 먹는 음식인 만큼 재료의 균형이 중요하다. 설탕과 물엿 없이도 충분히 맛있고 윤기 나는 콩자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건강한 식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천천히 삶고, 약불에서 졸이고, 마지막에 기름 한 방울로 마무리하는 정성만 더하면 달지 않아도 깊은 맛을 품은 콩자반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