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멀쩡하지만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퍽퍽하고 밍밍한 사과. 아삭함도 향도 부족해 그냥 두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생으로 먹기엔 손이 가지 않는다.
이럴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사과 수프’다. 단맛이 부족한 사과도 따뜻하게 끓이면 자연스러운 당도가 살아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전혀 다른 요리가 된다.

사과는 수분이 많고 펙틴이 풍부해 끓이면 농도가 자연스럽게 잡힌다. 특히 신맛이 조금 남아 있는 사과라면 수프로 만들었을 때 풍미가 훨씬 깊어진다. 여기에 양파의 단맛, 우유의 고소함이 더해지면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균형 잡힌 맛이 완성된다.
사과 수프를 만들기 위해 준비할 재료는 단순하다. 맛이 덜한 사과 2개, 양파 1개, 우유 1컵, 물 1컵, 버터 1큰술, 소금 약간, 후추 약간이면 충분하다. 기호에 따라 감자 반 개를 추가하면 더 걸쭉한 질감을 낼 수 있다.

먼저 사과는 껍질을 벗기고 씨를 제거한 뒤 얇게 썬다. 껍질을 벗기는 이유는 수프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다. 만약 색감을 살리고 싶다면 껍질 일부를 남겨도 좋다. 양파는 채 썰어 준비한다. 양파는 너무 두껍게 썰면 식감이 남을 수 있으니 얇게 써는 것이 좋다.
냄비에 버터를 넣고 약불에서 녹인 뒤, 양파를 먼저 볶는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센 불에서 급하게 볶으면 양파의 매운맛이 남을 수 있으므로 약불에서 7~10분 정도 천천히 볶아 단맛을 충분히 끌어낸다. 양파가 투명해지고 가장자리가 살짝 노르스름해지면 사과를 넣는다.

사과를 넣은 뒤 2~3분 정도 함께 볶아 과육의 수분이 나오도록 한다. 그다음 물 1컵을 붓고 뚜껑을 덮어 중약불에서 10분 정도 끓인다. 사과가 충분히 무르게 익으면 불을 끄고 한 김 식힌 뒤 블렌더로 곱게 간다. 이때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 갈면 압력이 올라갈 수 있으니 반드시 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곱게 간 수프를 다시 냄비에 붓고 약불에서 끓이며 우유를 넣는다. 우유는 한 번에 모두 붓기보다 조금씩 넣어 농도를 조절한다. 너무 묽으면 약불에서 조금 더 끓여 수분을 날리고, 너무 되직하면 우유나 물을 소량 추가한다. 마지막으로 소금 한 꼬집과 후추를 약간 넣어 맛을 정리한다. 단맛이 부족하다면 꿀을 반 작은술 정도 넣어도 좋다.
이 수프는 차갑게 먹어도, 따뜻하게 먹어도 잘 어울린다. 따뜻하게 먹으면 양파와 버터의 고소함이 강조되고, 식혀서 먹으면 사과의 산뜻함이 살아난다. 위에 파슬리 가루나 구운 견과류를 올리면 식감이 더 풍부해진다. 바게트나 식빵을 곁들이면 간단한 브런치 한 끼로도 손색이 없다.

조리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사과가 지나치게 시다면 레몬즙은 추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우유를 넣은 뒤에는 센 불에서 끓이지 말아야 분리되지 않는다. 바닥이 눌어붙지 않도록 나무주걱으로 저어가며 데우는 것이 좋다.
사과 수프의 장점은 남은 과일을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냉장고에서 며칠째 방치된 사과도 상하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변신이 가능하다. 특히 아이들이 생과일을 잘 먹지 않을 때 부드러운 수프 형태로 제공하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맛없는 사과는 실패한 선택이 아니다. 조리법을 바꾸면 새로운 메뉴가 된다. 따뜻한 냄비 안에서 사과는 다시 살아난다. 평범했던 과일이 한 그릇의 부드러운 수프로 변하는 순간, 아깝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작은 만족감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