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20대 여성인 피의자 김모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본격 검토하고 있다. 경찰 단계에서 신상 비공개 방침이 정해진 뒤 유족 측이 공개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최종 판단은 검찰 산하 심의 절차로 넘어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은 김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상 공개와 관련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1월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르면 검찰은 살인 등 특정 중대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범행 수법의 잔혹성, 증거의 명백성, 재범 위험성,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그간 신상 공개 여부는 경찰 단계에서 주로 결정됐지만, 법 시행 이후 검찰도 별도 심의를 거쳐 공개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약물이 든 음료를 남성들에게 건네 잇달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왔다. 적용 혐의는 살인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김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또 다른 남성에게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의식을 잃게 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해 관련 내용을 수사해왔다.
김씨는 지난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다. 당시 취재진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계획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통신·계좌 내역과 디지털 포렌식 자료 등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피해자 유족 측은 공개적으로 신상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 피해자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남언호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경험한 가장 냉혹하고 계획적인 연쇄 범죄 가운데 하나”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의자의 범행은 폐쇄회로(CC)TV 영상, 자백, 포렌식 자료, 검색 기록 등으로 소명돼 있고, 추가 범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신상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2차 가해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 피의자의 외모를 언급하며 범행을 희화화하는 게시물이 확산하고 있고, 피해자를 근거 없이 비방하는 글도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비방하거나 가해자를 옹호·희화화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자명예훼손과 모욕 등 관련 법리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김씨가 범행을 사전에 준비했고, 피해 결과가 중대하며, 수사 과정에서 추가 범행 정황까지 드러난 점 등을 들어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제반 사정을 엄중히 살펴 법정 최고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