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건 1마리에 25만원인데... 마침내 반값 된 '최고급 한국물고기'

2026-02-26 13:16

육상양식 성공으로 소비자 곁으로 다시 가까워지는 생선

육상양식 기술로 기른 참조기 / MBN
육상양식 기술로 기른 참조기 / MBN

밥상 위의 귀물(貴物)이 과연 대중화할 것인가. 한때 어느 집 밥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어느새 명절 제수용품이나 고가 선물 세트에서나 만날 수 있게 된 참조기가 육상양식 기술의 성공으로 소비자 곁으로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민어과에 속하는 참조기는 최고급 해산물이다. 한국에서 별다른 수식어 없이 그냥 조기라 하면 보통 이 참조기를 가리킨다. 배가 황금빛을 띠어 '노랑조기', '누렁조기', '황조기'로도 불린다. 몸길이가 30cm 안팎인 참조기는 입술은 붉고 배는 황금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서식지는 한국 서해에서 남해안, 동중국해에 이른다. 겨울에는 제주도로 내려갔다가 2월쯤 서해로 올라와 번식한다. 번식기는 3월에서 6월까지.

참조기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각별한 위치를 차지해온 생선이다.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고소한 지방의 풍미, 적당한 짠맛이 어우러져 최고의 밥반찬으로 꼽혀왔다. 잔칫상과 제사상에는 빠지지 않았고, 임금의 수라상에도 올랐던 귀한 어종이다. 조선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전남 영광군 법성포 인근 파시평에서 봄과 여름이 교차할 때 여러 어선이 몰려들어 조기를 잡았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참조기잡이의 역사는 깊다. 예부터 소금에 절여 해풍에 말린 '굴비'의 원재료이기도 하다. 이 참조기를 염장해 해풍에 건조한 영광 법성포 굴비는 오늘날까지도 최고급 선물로 통한다.

참조기로 만든 굴비. / 뉴스1
참조기로 만든 굴비. / 뉴스1

1960년대와 1970년대만 해도 큼지막한 조기를 통째로 구워 도시락 반찬으로 싸오는 학생들이 흔할 정도로 참조기는 서민의 일상 생선이었다. 그러나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1980년대까지 최대 어장이었던 영광군에서 전북 부안군 위도에 이르는 칠산바다와 연평도 해역에서는 이제 참조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전국 어획량의 70% 이상이 제주도와 추자도 인근에서 잡힌다. 남획과 기후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참조기는 이제 고급 어종으로 분류된다.

가격만 봐도 그 희소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MBN에 따르면 충북 청주의 한 백화점에서 진행된 이번 양식 참조기 판매 행사에서 자연산 참조기(25cm급)는 마리당 3만~4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굴비로 가공된 경우 가격은 더 올라간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영광 법성포 굴비는 10마리 한 세트가 15만 원에서 시작해 최고급품은 250만 원을 넘는다. 고추장 굴비는 300g에 3만~6만 원 이상이다. 한때 고가의 뇌물용으로 쓰일 만큼 참조기는 귀해진 생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청주시의 한 백화점 수산물 매대에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25cm에 달하는 최상품급 참조기가 매대를 가득 채운 것이다. 비결은 육상양식이다. 마리당 가격은 2만 원. 같은 크기의 자연산이 3만~4만 원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백화점 수산물 담당 문필성 선임은 MBN에 "25cm 참조기 자연산의 경우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양식이 마리당 2만 원대로 공급되면서 소비자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구매에 나선 소비자 김동휘 씨는 "자연산의 반값이라는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참조기로 만든 굴비. / 뉴스1
참조기로 만든 굴비. / 뉴스1

맛도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통통하게 물오른 살에 자연산에 버금가는 풍미가 담겼다는 평가다. 임신 중에 매장을 찾은 성보경 씨는 MBN에 "입덧으로 음식이 비리게 느껴지는데 양식 조기는 담백하고 비린 맛이 덜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양식 참조기 판매는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가 5년간 이어온 연구의 결실이다. 수과원은 2021년부터 참조기의 산란 시기 조절, 체색 개선, 암컷 비율 증가, 성장 속도 향상 등 상품성 강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아열대수산연구소 유용운 연구사는 MBN에 "육상양식은 연중 안정적인 수온 관리가 가능하고 수질 조절이 용이하기 때문에 고품질 대형 참조기 생산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수과원은 지난해 양식기술을 민간 종자 생산 업체에 이전해 전장 10cm 내외의 참조기 치어 40만 마리를 제주도 내 육상양식장 2곳에 분양하고 양성 시험을 시작했다. 올해까지 종자 100만 마리 생산, 50톤 출하를 목표로 한다. 내년년에는 출하량 100톤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단순한 연구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산업화에 돌입한 것이다.

참조기가 양식산업화 품종으로 선택된 데는 이유가 있다. 수요가 풍부하고 자연산 수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데다 고가여서 상업적 가치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양식 참조기의 소비 저변을 넓히기 위해 '참조기 요리와 영양의 모든 것'이라는 요리책까지 발간했다.

이번 성과는 국산 고급 어종의 양식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육상양식 성공 덕에 어획량 감소로 식탁에서 사라져가던 전통 수산물 참조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반값으로 돌아온 참조기가 다시 일상의 밥상 위에 자리를 잡을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육상양식 참조기 / MBN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