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차가운 강바람 끝에 어느덧 따스한 봄기운이 묻어난다. 전남 곡성군은 서두름 대신 여유를, 자극 대신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여행지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물결을 따라 걷고, 기름진 땅이 내어준 건강한 맛을 즐기며, 옛 추억을 소환하는 증기기관차에 몸을 싣는 것. 곡성에서의 하루는 잊고 지냈던 ‘느림의 미학’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 신비로운 물안개, 섬진강의 숨결 ‘침실습지’
곡성읍을 조금 벗어나 강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생태 예술품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침실습지’다. 국가보호습지로 지정될 만큼 뛰어난 생태적 가치를 지닌 이곳은 곡성 여행의 숨은 백미로 꼽힌다.
이른 아침, 강물 위로 피어오르는 몽환적인 물안개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붙잡는 절경이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갈대와 버드나무 군락은 강변의 정취를 더하고, 겨울과 봄 사이를 오가는 철새들의 날갯짓은 고요한 습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오직 바람 소리와 물소리만이 귓가를 채운다.
◇ 알알이 영근 땅의 축복, ‘곡성 토란’의 변신
섬진강의 맑은 물과 비옥한 토양, 그리고 큰 일교차는 곡성을 전국 최대의 토란 주산지로 만들었다. 이곳의 토란은 알이 꽉 차고 조직이 치밀해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곡성 여행에서 토란 요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들깨를 갈아 넣어 구수하게 끓여낸 토란탕은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보양식이다. 최근에는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변신도 눈에 띈다. 토란을 활용한 하트 모양의 떡부터 달콤한 푸딩, 아이스크림, 파이까지 다양한 디저트 메뉴가 개발되어 ‘미식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투박해 보이는 흙 속의 보석이 여행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세련된 맛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 낭만 싣고 달리는 시간 여행, ‘증기기관차’
곡성 여행의 화룡점정은 단연 ‘섬진강 기차마을’이다. 칙칙폭폭,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경험을 선물한다.
기차마을을 출발해 가정역까지 섬진강 변을 따라 달리는 열차 안에서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강과 산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에 맞춰 느리게 흘러가는 풍경은 바쁜 일상에 지친 여행자에게 진정한 휴식을 제공한다.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레일바이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곡성군 관계자는 “곡성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르며 자연과 호흡하고 맛과 멋을 즐기는 체류형 여행지”라며 “올봄, 곡성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