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묵은 총각김치가 있다면 이번 레시피에 주목하자. 김치는 신맛이 짙어질 경우 자칫 손이 덜 가는 반찬이 되기 쉽지만, 조리법을 조금만 바꾸면 전혀 다른 밥도둑으로 다시 태어난다. 충분히 숙성된 김치는 볶고 졸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감칠맛이 응축되고, 여기에 '들기름'까지 둘러주면 풍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번 레시피는 '묵은 총각무지짐'이다. '들기름' 두 큰술을 둘러 향과 맛을 극대화하는 것이 포인트다.
먼저 묵은 총각김치는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 겉에 묻은 양념을 제거한다. 한 번 헹궈주는 것만으로도 신맛을 옅게 하는 데 도움 된다. 이후 먹기 좋은 한 입 크기로 썬다. 총각무는 단단해 보이지만 숙성되면 조직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칼이 어렵지 않게 들어간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 한 큰술을 넣어 약불에서 볶는다. 여력이 된다면 여기에 대파를 송송 썰어 넣고 볶아 파기름을 살짝 더해줘도 괜찮다. 마늘향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준비해둔 총각김치를 넣고 함께 볶는다. 약 3분~5분 정도 볶아 김치의 수분이 어느 정도 날아가면 '간장 한 큰술'과 '설탕 한 큰술'을 넣어 간을 더한다. 설탕은 신맛을 부드럽게 잡아주고, 간장은 전체 맛의 균형을 맞춰준다.

이제 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한다. 김치가 살짝 잠길 정도로만 넣어도 충분하다. 물이 끓는 과정에서는 육수용 멸치를 손질해 준다. 멸치는 내장과 머리, 가시 등을 제거한 뒤 사용하는 것이 쓴맛을 줄이고 깔끔한 국물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손질한 육수용 멸치를 한 줌 넣는다. 멸치에서 우러난 감칠맛이 김치의 산미와 어우러지며 맛을 끌어올린다.
이제 중약불에서 천천히 졸인다. 국물이 자작해지며 재료에 스며들도록 기다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충분히 졸여 국물이 거의 남지 않을 때, 마지막 포인트를 더한다. 바로 '들기름 두 큰술'이다. 들기름은 특유의 고소한 향으로 전체 풍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에 둘러야 향이 날아가지 않고 살아 있다. 이제 불을 끄고 통깨를 뿌리면 완성이다.

완성된 총각김치 조림은 짭짤함과 새콤함, 고소함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들기름의 향이 더해지면서 밥 위에 올려 먹기 좋은 반찬으로 변한다. 오래 숙성된 김치일수록 깊은 맛이 나기 때문에 오히려 묵은 김치가 더 적합하다.
냉장고 속 묵은 반찬을 새로운 메뉴로 바꾸면 식재료가 낭비되지 않아 실용적이다. 냉장고 속 방치된 김치가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쯤 이렇게 조려보자. 숙성된 맛이 양념 재료와 조화돼 순식간에 밥 한 그릇도 비우게 만드는 든든한 한 끼 반찬으로 재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