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29km… 한 번 들어가면 끝이 안 보이는 ‘국내 벚꽃 명소’

2026-03-01 13:13

한적한 강변 벚꽃 드라이브

올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벚꽃을 즐기기 좋은 여행지를 소개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봄은 짧고, 벚꽃은 그중에서도 특히 빠르게 지나간다. 꽃망울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리면 사람들은 익숙한 유명 명소부터 떠올린다. 막상 주말에 찾아가면 사진 한 장 남기기도 쉽지 않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걷다 보면 벚꽃을 올려다볼 여유가 사라진다. 올해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봄을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남도의 한 강변을 따라, 시작점이 어디인지 한눈에 가늠하기 어려운 벚꽃길이 길게 이어진다. 수치로만 들으면 실감이 덜하지만 길이는 129km에 달한다. 전남 구례에서 만날 수 있는 ‘300리 벚꽃길’이다. 이번 봄, 인파가 몰리는 대표 명소 대신 길 위에서 벚꽃을 만나는 여행지로 구례300리 벚꽃길을 소개한다.

벚꽃 핀 구례 섬진강변   / 연합뉴스
벚꽃 핀 구례 섬진강변 / 연합뉴스

◈ 섬진강을 따라 이어지는 압도적 스케일

전라남도 구례군 일대는 봄이면 도시 전체가 옅은 분홍빛으로 번진다. 구례 산동면에서 시작해 읍내, 문척면, 간전면을 거쳐 하동 남도대교까지 이어지는 벚꽃길은 국도 17호선과 19호선을 축으로 길게 뻗어 있다. 단일 구간이 아니라 여러 벚꽃길이 연결된 형태지만 실제로 달려보면 하나의 거대한 터널처럼 느껴진다.

차창 밖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벚나무들이 하늘을 덮으며 터널을 만들고 강 건너 전북 남원과 마주한 섬진강은 잔잔하게 흐른다. 강폭이 넓어 시야가 트여 있어 답답함이 없고 도로 자체도 비교적 한적해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전남 구례군 간전면 남도대교 부근~곡성 섬진강천문대 도로에 만개한 벚나무꽃 / 구례군 제공, 뉴스1
전남 구례군 간전면 남도대교 부근~곡성 섬진강천문대 도로에 만개한 벚나무꽃 / 구례군 제공, 뉴스1

◈ 드라이브만 하기엔 아쉬운 길

이 길의 매력은 ‘길이’보다 ‘여유’에 가깝다. 도심 벚꽃길처럼 차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숨 가쁘게 흘러가지 않는다. 차를 잠시 세우고 강변 쪽으로 내려 걸어도 분위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실제로 마라톤 코스로 활용될 만큼 걷기 좋은 구간이 이어지고,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지나가는 여행객도 자주 보인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수면 위로 내려앉고 햇빛을 받은 강물은 은빛으로 반짝인다. 벚꽃이 만개하는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에는 강과 꽃, 하늘이 한 화면에 담기며 ‘꽃의 강’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 축제로 완성되는 봄의 풍경

구례군은 매년 벚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구례300리 벚꽃축제’를 연다. 올해는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서시천체육공원과 사성암 주차장 일원에서 제4회 축제를 진행한다.

‘300리 벚꽃길 따라 즐거운 봄 소풍’을 주제로 벚꽃길 스탬프 투어를 운영하고, 강변 풍경 속에서 쉬어 갈 수 있는 벚꽃 캠프닉도 선보인다. 벚꽃 멍때리기 대회와 연날리기처럼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꽃 구경을 ‘이동’에서 ‘체류’로 바꿔주는 구성이 눈에 띈다.

사람들로 붐비는 유명 관광지 대신, 강변 길을 따라 천천히 흐르는 봄을 느끼고 싶다면 구례300리 벚꽃길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

구례 300리 벚꽃축제 / 구글 지도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