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프로축구 보되/글림트가 챔피언스리그(UCL) 무대에서 이변을 연출했다.

25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에서 열린 2025~2026 UCL 녹아웃 라운드 플레이오프 2차전 원정에서 보되/글림트는 인터 밀란을 2-1로 꺾었다. 이로써 이들은 지난 19일 홈에서 치른 1차전(3-1 승)까지 포함한 합계 스코어는 5-2로 UCL 16강에 진입했다. 이는 1916년 9월 창단 이후 109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 BBC는 이 결과를 두고 "챔피언스리그의 가장 큰 역사 중 하나를 썼다"고 평가했다. 셰틸 크누트센 보되/글림트 감독 역시 “오늘 승리는 보되 뿐 아니라 노르웨이 축구에서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보되/글림트는 상대적으로 약체로 분류됐으며, 노르웨이 리그 안에서도 규모가 크지 않은 구단이기 때문이다.
보되/글림트의 연고지는 노르웨이 북부, 북극권에 걸쳐 있는 인구 5만 4000여 명의 소도시 보되다. 구단명의 '글림트(Glimt)'는 노르웨이어로 '반짝인다'는 뜻의 동사이며, 노란색 유니폼과 연관됐다.
2023~2024시즌 회계 기준 매출은 약 3억 3800만 크로네(510억 원)로, 인터 밀란 매출(4억 7300만 유로·8046억 원)의 1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노르웨이 리그에서는 2020년부터 엘리테세리엔(노르웨이 1부 리그)에서 4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리그 최상위권을 유지해왔다.
보되/글림트는 이번 시즌 UCL 리그 페이즈에서 6라운드까지 3무 3패에 그쳐 탈락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7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3-1로 제압하고, 8라운드에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마저 2-1로 꺾으며 23위로 녹아웃 라운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리그 페이즈 10위 인터 밀란과의 PO 대결은 단숨에 기적으로 이어졌다.
1차전을 안방에서 3-1로 잡은 데 이어, 2차전 원정에서도 볼점유율 36%, 슈팅 수 7개로 밀리는 상황에서도 승기를 놓지 않았다.
전반을 0-0으로 버텨낸 보되/글림트는 후반 13분 옌스 페테르 하우게의 선제골, 후반 27분 호콘 에비엔의 추가골로 2-0으로 앞섰다. 인터 밀란은 후반 31분 알레산드로 바스토니가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더는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인터 밀란은 지난 시즌 UCL 준우승과 통산 3회 우승 경력을 보유한 강팀이지만 이번에는 16강 문턱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클럽의 성장 비결로는 유망주 육성과 전략적 이적 운용 그리고 높은 지지율이 꼽힌다. 연고지 거주민의 10분의 1 이상인 6000명 넘는 팬이 홈 경기장 아스미라 스타디온을 채우는 응원 문화가 팀의 든든한 배경이다. 홈구장이 인조잔디로 조성돼 있어 천연잔디에 익숙한 유럽 팀들이 적잖이 고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강인한 멘털과 투쟁력을 중시하는 팀 문화도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시즌에는 UCL 예선에서 탈락해 유로파리그로 내려갔음에도 준결승까지 진출하며 노르웨이 프로팀 사상 첫 유럽 클럽대항전 4강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셰틸 크누트센 보되/글림트 감독은 BBC 인터뷰에서 "오늘 승리는 보되 뿐 아니라 노르웨이 축구에서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16강 대진 추첨은 오는 27일 열린다. 보되/글림트는 리그 페이즈 직행 팀 중 7위 스포르팅(포르투갈) 또는 8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맞붙게 된다.
한편 이날 함께 PO를 치른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는 뉴캐슬(잉글랜드)에 패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는 클럽 브뤼헤(벨기에)와 2차전에서 알렉산데르 쇠를로트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4-1 완승을 거두고 16강에 안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