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옆,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전남 곡성군 석곡면. 하지만 차창을 내리고 잠시 숨을 고르면, 이곳이 단순한 경유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코끝을 자극하는 알싸한 숯불 향이 여행객을 ‘맛의 세계’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곡성군이 봄을 재촉하는 2월의 끝자락, 미식과 산책이 어우러진 ‘석곡 불향(火香) 여행’을 제안했다.
◇ 입안 가득 퍼지는 불맛… ‘석곡 흑돼지숯불구이’
석곡면의 상징은 단연 ‘흑돼지숯불구이’다.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냄새가 뱃속을 요동치게 한다.
이곳의 흑돼지구이는 투박하지만 깊다. 붉게 달아오른 참숯 위에서 정성껏 양념을 덧발라 구워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으로 촉촉하다. 특히 고추장에 매실과 꿀을 배합한 특제 양념은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잡고 감칠맛을 폭발시킨다. 은은하게 배어든 훈연 향과 함께 쌈을 크게 싸서 한 입 먹으면, 왜 이곳이 오랜 세월 ‘미식가들의 성지’로 불리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 배 부르면 걷자… ‘대황강 출렁다리’의 운치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소화도 시킬 겸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갈 차례다. 석곡면과 이웃한 죽곡면의 ‘대황강 출렁다리’는 고요한 강물과 숲이 어우러진 산책 명소다.
출렁다리 위에 서면 대황강의 물줄기와 탁 트인 들녘, 그리고 멀리 이어지는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강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길은 식도락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힐링의 시간이다. 최근에는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사람 냄새 나는 곳… ‘석곡 오일장’
여행 날짜가 5일이나 10일로 끝난다면 금상첨화다. 바로 ‘석곡 오일장’이 서는 날이기 때문이다.
장날이 되면 조용하던 시골 마을은 활기로 넘친다. 할머니들이 직접 키운 소박한 농산물부터 손수 만든 주전부리까지, 대형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훈훈한 정이 오간다. 숯불구이로 입이 즐겁고, 출렁다리에서 눈이 시원했다면, 오일장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곡성군 관계자는 “빠른 길을 원한다면 고속도로를 달리겠지만, 깊은 추억을 원한다면 석곡으로 핸들을 꺾어보시길 권한다”며 “먹고, 걷고, 쉬는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이곳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