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E&S가 호주 북서부 해상 바로사 가스전에서 직접 채굴한 액화천연가스(LNG)가 충남 보령 LNG 터미널에 첫 발을 내디뎠다.
국내 민간 기업이 해외 자원 개발의 탐사부터 생산, 도입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성공시킨 최초의 사례다. 이번 입항으로 향후 20년간 연간 130만 톤 규모의 가스가 국내에 공급되면서 국가 에너지 안보와 자립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충남 보령 LNG 터미널에 도착한 이번 LNG 카고는 호주 해상 가스전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다윈(Darwin) LNG 터미널에서 액화 공정을 거쳐 들여온 물량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지난 2012년 바로사 가스전 지분 투자를 결정한 이후 14년 동안 개발 사업을 지속해 왔다. 이번 첫 입항을 기점으로 20년간 확보한 총 2,600만 톤의 LNG는 대한민국 전체 연간 LNG 도입량의 약 3%에 해당하는 규모다. 민간 기업이 주도한 자원 개발 성과가 국가 에너지 수급의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겹치며 국제 가스 가격의 변동성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러한 대외 환경 속에서 해외 가스전의 지분을 직접 확보해 생산한 자원을 장기 도입하는 방식은 에너지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시장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산업계에 필요한 에너지를 적기에 공급하는 버팀목이 마련됐다.
사업의 경제성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 SK이노베이션 E&S는 신규 LNG 터미널을 새로 짓는 대신 기존의 다윈 LNG 터미널을 개조해 재활용하는 브라운필드(Brownfield·기존에 구축된 노후 시설이나 부지를 재개발하는 방식) 개발 전략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초기 투자 비용을 대폭 절감하며 사업 효율을 극대화했다. 지리적 이점 또한 크다. 호주는 미국이나 중동 지역에 비해 한국과 거리가 가깝다. 통상 8일에서 10일이면 수송이 가능해 물류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공급망의 유연성까지 확보했다.
이번 성과는 고(故)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 1980년대부터 추진해 온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투자를 시작으로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석유를 발견하며 민간 자원 개발의 물꼬를 튼 SK의 집념이 40년 만에 LNG 분야에서도 결실을 맺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자원 빈국이었으나 1987년 북예멘에서 상업 생산에 성공하며 에너지 자립의 토대를 닦았다. 선대 회장의 결단에서 비롯된 해외 자원 개발 DNA는 베트남과 페루를 거쳐 호주까지 이어지며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끌었다.
SK이노베이션 E&S는 이번 바로사 가스전 개발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민간 1위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단순히 자원을 수입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광구를 개발하고 생산 시설을 운영하는 역량을 입증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글로벌 자원 확보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은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만큼 지속적인 자원 개발 투자를 통해 대외 리스크 대응력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이종수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은 자원 개발이 국가 경제 발전과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SK는 앞으로도 전 세계 11개국에서 진행 중인 원유 및 가스 개발 사업을 가속화하며 에너지 영토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현재 SK그룹이 전 세계에서 확보한 자원은 연간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가스, 그리고 600만 톤 규모의 LNG에 달한다. 자원 하나 나지 않는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주체로 성장한 과정은 한국 산업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호주에서 들여온 이번 LNG는 단순한 연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자본,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만들어낸 실질적인 안보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