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부산 남구에 위치한 이기대는 약 8천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해식애, 파식대지 등 독특한 지질 구조를 자랑하는 천혜의 자연공원이 또다시 갈림길에 섰다.
이기대 초입에 아파트 2개 동 건설을 추진하는 사업 주체는 지역 건설사인 '아이에스동서' 다. 법적 절차에 따른 개발 제안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단순한 인허가 행정으로 보기 어렵다. 장소의 상징성과 도시 전체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부산의 미래 가치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기대는 부산의 대표적 자연경관이다. 해안 절벽과 숲, 바다, 그리고 광안대교를 아우르는 조망은 부산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수십 년간 시민의 산책로이자 휴식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입구’다.
아파트 2개 동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초입이라는 위치다. 초입이 허용되는 순간, 추가 개발의 명분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도시 난개발은 늘 작은 예외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단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남구청의 결정은 향후 유사 개발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넘어, 환경 보존과 공공성 원칙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최근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 주민은 “이기대 초입까지 개발이 허용된다면 결국 이기대 전체가 단계적으로 잠식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행정이 충분한 공론화 없이 결정을 내린다면 지역사회 차원의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 보전 단체와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공동 대응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공개 질의와 설명회 요구, 주민 서명 운동, 집회 등 다양한 방식의 의사표시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이다. 사안의 향방에 따라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보다 강한 요구도 제기된다. 단순한 조건부 보완이 아니라 입지 자체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시의 장기적 가치와 자연 보존 원칙을 고려할 때, 개발을 멈추는 선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치적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안은 지방선거와 맞물려 지역 현안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환경·난개발 문제는 유권자 감수성이 높은 의제다. 남구청의 판단이 향후 정치적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권과 조망권은 단순한 감성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이 공유해온 공공 자산에 대한 권리다. 개발 이익과 도시의 장기적 가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행정의 책임은 무겁다.
이기대 초입은 단순한 사업 부지가 아니다.
부산의 자연 보존 의지와 도시 품격을 가늠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남구청의 결정은 기록으로 남는다. 이기대를 지켜낸 행정으로 평가될지, 난개발 논란의 출발점으로 남을지는 지금의 판단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숙고, 개발이 아니라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