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딩 숲에 웬 '천년고찰'?…지하철역 1분 거리 '무료' 힐링 명소

2026-02-24 16:23

서울 도심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봉은사

고층 빌딩이 촘촘히 들어선 서울 강남 한복판. 분주한 인파와 차량 소음 속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소리가 한 톤 낮아지고 경내를 알리는 차분한 분위기가 주변을 감싸는 지점이 있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 / Efired-Shutterstock.com
서울 강남구 봉은사 / Efired-Shutterstock.com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1번 출구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닿는 봉은사다. 도심의 속도와는 다른 시간을 품은 이 사찰은 강남이라는 공간의 이미지와 대비되며, 일상에서 잠깐 멈춰 서기 좋은 쉼표 같은 장소로 자리하고 있다.

봉은사는 통일신라 시대인 794년 연화국사가 ‘견성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뒤 오랜 세월을 이어온 고찰로 알려져 있다. 이후 조선 성종 때 정현왕후가 선릉 동쪽의 사찰을 크게 중창하며 오늘날의 ‘봉은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조선 시대에는 승과가 시행되는 등 선종 계열의 중심 사찰로 기능하며 불교 전통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 덕분에 봉은사는 지금도 도심 속에서 한국 불교의 전통을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평가된다.

봉은사 전경 / 연합뉴스
봉은사 전경 / 연합뉴스

경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오랜 세월이 스민 전각들과 곳곳에 자리한 문화재들이다. 봉은사는 보물을 포함해 여러 점의 유형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사찰의 높은 곳에 자리한 판전은 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전해지며,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썼다고 알려진 ‘판전’ 현판이 걸려 있어 의미를 더한다. 판전 내부에는 대방광불화엄경수소연의초판을 비롯한 다수의 경판이 보존돼 있어 학술적 가치도 크다. 이 밖에도 선불당, ‘홍무 25년 장흥사 동종’ 등 경내에서 만나는 유물들은 봉은사가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문화·역사의 층위를 품은 장소임을 보여준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 / Efired-Shutterstock.com
서울 강남구 봉은사 / Efired-Shutterstock.com

봉은사는 과거의 유산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삶과 맞닿는 방식으로 사찰의 역할을 확장해 왔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외국인 모두가 사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불교대학과 경전 학교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불교 이해의 폭을 넓히는 활동도 이어간다. 도심 속 대찰로서 사회복지와 나눔 실천에도 힘을 보태며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은 봉은사가 ‘산속의 절’이라는 고정된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봉은사는 연중 방문이 가능하며,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입장료는 무료로, 출퇴근길에 잠시 들르거나 주말 산책 코스로 찾기에도 부담이 적다. 특히 해 질 무렵에는 주변 빌딩 숲의 야경과 경내의 은은한 조명이 대비를 이루며 봉은사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바쁜 하루의 소란을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9호선 열차를 타고 도심 속 ‘천년 사찰’의 고요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봉은사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