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000 시대를 목전에 둔 한국 증시에서 배당 수익의 정점은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기업 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분석 결과 이 회장은 전년 대비 15% 이상 늘어난 4000억 원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수령하며 2위권과의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반도체 업황 회복이 맞물리며 삼성전자가 11조 원이 넘는 배당을 결정한 가운데, 총수 일가와 주요 기업 주주들의 배당 잔치는 역대 최대 규모인 4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배당 규모에서 기인한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1조 2971억 원 늘어난 11조 1079억 원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기로 했다. 이는 조사 대상 694개사 전체 배당금(47조 9909억 원)의 약 23%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이 곧장 이 회장의 개인 자산 증식과 직결되는 구조가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삼성가(家)의 위력은 이 회장 개인에 그치지 않았다. 개인 배당 상위 10위권 내에 삼성가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며 '누가 삼성의 벽을 넘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무색하게 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1602억 원으로 4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1522억 원으로 5위,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1211억 원으로 6위를 기록했다. 이들 삼성가 4인이 받아 가는 배당금 합계만 8328억 원에 달한다. 웬만한 대기업의 연간 전체 배당금을 상회하는 규모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전년보다 13.1% 증가한 1976억 원을 기록하며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을 제치고 처음으로 개인 배당 2위에 올라섰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제철의 배당 축소 영향으로 전년 대비 12.3% 감소한 1659억 원을 수령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상위 10인 중 배당 수익이 감소한 이는 정 명예회장이 유일하다. 7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687억 원), 8위는 구광모 LG그룹 회장(641억 원)이 차지하며 4대 그룹 총수들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기업별로 범위를 넓혀도 삼성전자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배당 총액 11조 원을 기록한 삼성전자에 이어 기아가 2조 6425억 원으로 2위, 현대자동차가 2조 6183억 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경기 부활에 힘입어 전년 대비 37.8% 급증한 2조 951억 원을 배당하며 4위에 랭크됐다. 5위부터 7위까지는 KB금융(1조 5812억 원), 신한지주(1조 2465억 원), 하나금융지주(1조 1191억 원) 등 금융지주사들이 싹쓸이했다. 금융지주들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며 배당 규모를 전년 대비 10~30%가량 일제히 끌어올렸다.
조선업의 화려한 부활도 수치로 확인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전년 대비 무려 141.2% 폭증한 8698억 원의 배당을 결정하며 전체 순위 10위에 진입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205.6%라는 경이로운 증가율을 보이며 주주들에게 수익을 배분했다. IT 업계에서는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각각 110.1%, 132.7%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의 배당금을 챙겼다. 플랫폼 기업들이 과거 '성장'에만 집중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주주 환원'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리더스인덱스 측은 이번 분석 결과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당 총액 48조 원 시대는 상장사들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주주와 공유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특정 기업과 특정 총수 일가에 배당 수익이 쏠리는 현상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코스피 6000이라는 외형적 성장과 함께 배당의 낙수효과가 중소 상장사와 개인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골고루 퍼질지가 향후 자본시장 선진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