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떠올리면 흔히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사장을 먼저 생각하지만, 때로는 거친 파도가 오랜 시간 공들여 다듬어낸 돌들이 전하는 위로가 더 깊게 스며들기도 한다. 경남 거제시 남동쪽에 자리한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은 이름 그대로 검은빛 몽돌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곳이다. 지형의 모양이 마치 학이 날아오르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 ‘학동’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오랜 시간 파도에 깎이고 다듬어진 몽돌들은 저마다 매끄러운 곡선을 띤 채 방문객을 맞는다. 발 아래로는 검은 돌들이 촘촘히 깔려 있고, 햇빛을 받을 때마다 은은한 광택이 번져 ‘흑진주’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곳의 매력은 시각적인 풍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남해의 맑은 바닷물이 밀려왔다 빠져나갈 때, 몽돌들이 서로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자글자글’한 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파도와 돌이 주고받는 리듬이 일정하게 반복되면서, 잠시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이기만 해도 번잡한 생각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소리는 대외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아, 환경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의 해수욕 환경은 여타 남해안 모래 해변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몽돌 특유의 지형 탓에 발을 딛는 감각이 색다르고, 구간에 따라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곳이 있다. 또한 파도가 비교적 거친 편이라 물놀이를 계획한다면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대신 이러한 조건은 역동적인 해양 레포츠와도 맞닿아 있다. 여름철에는 피서객이 몰리며 활기가 더해지고, 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활동이 해변의 분위기를 한층 역동적으로 만든다. 계절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봄과 가을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려는 여행객들이 찾아와, 여름의 열기와는 다른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해변을 즐긴다. 사계절 내내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는, 이곳이 ‘해수욕장’이라는 기능을 넘어 거제의 자연을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해변 한편에 마련된 선착장 또한 여행의 동선을 넓혀준다. 이곳에서 유람선을 이용하면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해금강의 절경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식물로 유명한 외도 보타니아로 향하는 여정도 가능하다. 해변에서 잠시 쉬어 가는 일정으로도 좋지만, 하루의 흐름을 바다 위로 확장해 보고 싶다면 선착장과 연계한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해수욕장으로 지정된 개장 기간 외에는 입수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거제시청 공식 관광 안내를 통해 운영 및 안전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주차시설과 각종 편의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로 찾아도 큰 불편이 없다. 무엇보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보다 ‘얼마나 깊게 느끼느냐’에 있다. 파도가 남긴 여운이 발끝에서부터 전해지고, 몽돌이 부딪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일상의 소란함은 어느새 먼 바다로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