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대 여성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재건축 지연으로 인한 노후 아파트의 소방 안전 사각지대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으며, 향후 재건축 사업의 속도와 법적 책임 공방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전 6시 18분경 은마아파트 14층 중 8층의 한 가구에서 시작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약 1시간 뒤인 오전 7시 36분에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해당 세대에 거주하던 10대 여성 1명이 목숨을 잃었다. 함께 있던 가족 2명과 위층 주민 1명도 화상과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 이송됐고, 주민 7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명 피해가 컸던 주된 이유로는 초기 진압의 핵심인 스프링클러 부재가 꼽힌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다. 관련법은 2005년부터 11층 이상 아파트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으나, 과거에 지어진 건물에는 이를 소급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결함이 없지만, 사실상 수십 년간 소방 안전 공백 상태로 방치되어 온 셈이다.
1990년대 말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온 은마아파트는 이른바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안전진단 미통과와 조합 내분 등으로 사업이 수차례 좌초되면서 건물의 노후화는 심화됐다. 지난해인 2025년 9월에서야 정비계획안이 확정되어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잡았지만, '곧 헐릴 건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대대적인 소방 시설 보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면제되었다고 해서 관리 주체의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 주체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화재 예방을 위한 소방 점검과 피난 경로 확보 등 선관주의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만약 관리 부실로 인해 피해가 확산되었다면 민법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참사는 지지부진하던 재건축 사업에 중대한 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의 합동 감식 결과, 화재 원인이 노후 전기 배선 등 건물의 '구조적 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사업 속도는 한층 빨라질 수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붕괴나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건축물을 노후·불량건축물로 정의한다. 특히 시장이나 군수가 구조 안전상 사용 금지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까다로운 재건축 진단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규정도 존재한다. 만약 이번 사고가 건물 노후화에 따른 인재로 입증된다면, 주민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한 신속한 이주와 철거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