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에 일단 '냉이'를 넣어보세요… 온 가족이 숟가락이 바빠질 거예요

2026-02-24 11:45

한국땅이 건네는 첫 봄 선물, 밥 한 공기에 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봄이 오면 들과 밭 가장자리에서 가장 먼저 얼굴을 내미는 나물이 있다. 낮게 엎드린 채 서릿발을 이겨내고 솟아오른 냉이다. 향긋한 냉이 내음은 봄이 왔음을 코끝으로 전하는 가장 빠른 신호다. 조선시대 민간에서 널리 불린 농사력 노래 '농가월령가' 2월의 노래에는 "달래김치 냉잇국은 비위를 깨치나니 / 본초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 오리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냉이는 그만큼 오랜 세월 한국인의 봄 밥상을 상징해온 식재료다.

냉이 제철은 2월 말에서 4월까지다. 가을에 싹을 틔워 겨울 땅속의 기운을 품은 채 초봄에 모습을 드러내는 두해살이풀이다. 봄나물 채소 가운데 소비량이 가장 많은 한국인 대표 봄나물이다. 겨울 추위를 온몸으로 견뎌낸 노지 냉이일수록 뿌리가 깊고 향이 더 진하다. 시판 냉이의 약 70%는 충남에서 생산되며, 서산 황토 흙에서 재배한 것이 품질이 좋기로 알려진다.

예로부터 '봄 인삼'으로 불려온 냉이는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 A·B1·C 등 영양소가 풍부해 겨우내 움츠러든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식재료로 꼽혀왔다. 농식품정보누리 자료에 따르면 100g 기준 냉이의 단백질 함량은 3.4g으로, 달래(1.9g)와 두릅(2.4g)을 능가한다. 칼슘, 칼륨, 철분 등 무기질도 풍부해 봄철 춘곤증 예방은 물론 피로 해소, 해독, 소화 촉진에도 두루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궁중에서는 입춘이면 임금의 수라상에 냉이를 포함한 다섯 가지 봄나물로 만든 오신반(五辛盤)을 빠짐없이 올렸다.

냉이 자료사진. / 뉴스1
냉이 자료사진. / 뉴스1

냉이를 즐기는 문화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새해를 축하하고 봄을 맞이하는 만두와 춘권 소로 냉이를 넣었다. 지금도 북방 지역에서는 봄이면 냉이를 캐 만두를 빚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냉이는 봄을 맞으며 먹던 일곱 가지 채소인 칠종채(七種菜) 중 하나다. 한·중·일 삼국이 모두 봄이면 냉이로 몸보신을 하고 새 계절을 맞이하는 전통을 공유해온 셈이다.

이처럼 영양과 향 모두 뛰어난 냉이를 가장 손쉽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냉이밥이다. 전기밥솥만 있으면 뚝딱 만들 수 있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봄 밥상을 차릴 수 있다.

재료는 2인분 기준으로 쌀 1.5컵(종이컵), 손질한 냉이 50g, 당근 10g, 다시마 2조각을 준비한다. 간장 양념장에는 간장 4큰술, 물엿 2큰술, 매실액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청양고추 조금, 참기름 1큰술, 깨소금 조금이 들어간다.

조리는 간단하다. 먼저 쌀을 씻은 뒤 다시마 2조각을 함께 넣고 30분가량 불린다. 다시마와 함께 불리면 밥에 윤기가 한층 돌기 때문이다. 그 사이 냉이는 흙을 깨끗이 털어내고 누런 겉잎을 다듬은 뒤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곱게 다진다. 당근도 같은 방식으로 다져 준비해둔다. 30분이 지나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다진 냉이와 당근을 넣은 뒤 물을 맞춰 취사 버튼을 누른다. 밥이 완성되면 냉이 향이 고루 배도록 재빨리 섞어준다. 양념장은 간장, 물엿, 매실액, 고춧가루, 다진 마늘, 청양고추, 참기름, 깨소금을 한데 섞어 만들면 된다.

밥에 양념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거나 김에 싸 먹으면 봄 향기를 오롯이 담은 한 끼가 완성된다.

냉이를 고를 때는 고유의 향이 진하고 잎이 짙은 녹색인 것을 택해야 한다. 잡티가 적고 뿌리가 너무 굵지 않은 것이 좋으며, 뿌리가 지나치게 크면 중간에 심이 생겨 질겨질 수 있다. 반대로 온실에서 재배한 냉이는 허우대만 크고 향이 약한 경우가 많다. 노지에서 겨울을 난 것일수록 향과 영양이 풍부하다. 뿌리가 누렇거나 잎이 시든 것은 수분이 빠져나간 상태이므로 피한다. 손질한 뒤 바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흙이 묻은 채로 키친타월에 싸서 비닐 팩에 넣어 냉장 보관하면 2, 3일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냉이는 꽃이 피면 줄기가 뻣뻣해지고 풍미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제철인 지금 서둘러 챙겨 먹는 것이 좋다.

냉이밥 / '박마마 이혜정'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