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배 더 오래가고 화재는 잡았다…배터리 10년 난제 뚫은 삼성의 '한 수'

2026-02-23 17:43

덴드라이트 극복한 리튬메탈 배터리, 수명 100배 향상의 비결

삼성SDI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리튬메탈 배터리의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수명과 안전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전해질 기술을 개발하고 해당 연구 결과를 에너지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줄(Joule) 최신호에 게재하며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음극 소재로 흑연이나 실리콘 대신 리튬 금속을 직접 사용하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약 1.6배 이상 높일 수 있어 전기차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웨어러블 기기 디자인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이 음극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자라나는 덴드라이트(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 현상이 발생해 분리막을 손상시키고 화재를 유발하거나 수명을 단축시키는 고질적인 기술적 한계가 존재했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삼성SDI 연구소와 미국 연구소(SDIRA), 컬럼비아대 공동연구팀은 불소 성분을 함유한 '겔 고분자 전해질'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개발된 전해질은 음극 표면과 반응해 견고하고 안정한 계면을 형성함으로써 리튬이 균일하게 적층되도록 유도한다. 액체 전해질 환경에서 무질서하게 성장하던 리튬 결정체를 물리적·화학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기존 수십 회 수준에 머물렀던 리튬메탈 배터리의 충방전 수명이 비약적으로 향상됐으며 배터리 팽창과 같은 안전성 지표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가 게재된 학술지 줄(Joule)은 세계 3대 학술지 셀(Cell)의 에너지 분야 자매지로 인용 지수와 영향력 면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다. 논문에는 삼성SDI 이승우 부사장과 우현식 프로를 포함해 미국 연구소의 김용석 소장, 양 리 프로, 위안위안 마 프로 등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컬럼비아대 위안 양 교수팀과의 협업을 통해 소재의 분자 설계부터 실제 셀 적용 검증까지 체계적인 연구가 수행됐다. 글로벌 산학 네트워크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의 핵심 소재 기술을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SDI 연구소 차세대개발팀장 이승우 부사장, 삼성SDI 미국연구소(SDIRA) 김용석 소장, 컬럼비아대학교 위안 양(Yuan Yang) 교수 / 삼성 SDI
삼성SDI 연구소 차세대개발팀장 이승우 부사장, 삼성SDI 미국연구소(SDIRA) 김용석 소장, 컬럼비아대학교 위안 양(Yuan Yang) 교수 / 삼성 SDI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한계치에 도달함에 따라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메탈 배터리를 차기 주력 기술로 낙점하고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전해질 조성 기술이 리튬메탈 배터리의 조기 상용화를 이끌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은 리튬메탈 배터리의 고질적 안전성 문제를 학술적으로 해결하고 검증받은 점을 강조하며 향후에도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 전기차뿐만 아니라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고성능 드론, 고사양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무게 대비 고효율 에너지가 필요한 미래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기존 액체 전해질 기반 양산 공정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소재의 변화만으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제조 원가 절감과 공정 효율화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이다. 삼성SDI는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양산형 셀에 적용하기 위한 최적화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삼성SDI는 국내외 연구 기관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차세대 배터리 로드맵의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소재 기술의 초격차를 통해 중국 등 후발 주자들과의 기술 간극을 벌리고 프리미엄 배터리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단순한 학술적 발표를 넘어 배터리 종주국으로서의 기술적 위상을 재확인하고 미래 에너지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