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형 병원 진료 시간 '15분'으로 늘리는 방안 검토 중”

2026-02-23 15:40

30초 진료 폐지, 15분 충분한 상담으로 늘리려는 취지

이른바 ‘30초 진료’로 불려온 대형병원 외래 진료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진료 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 한 명당 평균 수 분에 그치던 진료를 15분 수준으로 확대해 충분한 설명과 상담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시행 중인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수가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는 신청한 상급종합병원에 한해 운영 중이지만, 본사업으로 전환해 대상 기관과 환자군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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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찰 시범사업은 2017년 도입됐다. 중증희귀질환자 또는 해당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상급종합병원 전문 의료진이 충분한 시간 동안 진료와 면담을 제공하도록 한 제도다. 처음에는 서울대병원 한 곳에서 시작됐으나 현재는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38곳이 참여하고 있다.

심층진찰은 일반 외래 진료와 가장 큰 차이가 ‘시간’이다. 통상 30초에서 길어야 5분 내외로 이뤄지던 기존 외래 진료와 달리 약 15분간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환자 정보 검토, 문진과 신체 진찰, 진단 설명, 치료 계획 안내, 향후 일정 논의, 전산 기록 및 처방 지시까지 체계적으로 수행한다. 의료진은 이러한 절차를 충실히 진행하려면 15분도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수가 역시 일반진찰료보다 높다. 정부는 병원 회전율 감소를 고려해 심층진찰에 대해 8만5720원에서 12만1450원 수준의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일반진찰료의 약 4배에 해당한다. 다만 희귀질환자나 암 환자 등 산정특례 대상자는 본인부담금이 1만원 수준에 그치며, 나머지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한다.

심층진찰 확대에 대한 기대는 적지 않다. 충분한 상담이 이뤄지면 환자의 불안과 오해를 줄이고, 불필요한 중복 검사나 ‘병원 쇼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암이나 희귀질환 환자의 경우 질환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의료진과의 신뢰 형성이 중요한데, 짧은 진료 시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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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역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수행한 ‘진찰료 체계 개편을 위한 심층진찰료 도입방안 연구’에 따르면 일부 의료진은 심층진찰이 일반진찰보다 감정적 소진을 줄이고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환자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의료진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특히 소아 진료 분야에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는 일부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을 심층상담 시범사업 기관으로 지정해 36개월 미만 아동에게 15분 이상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진행성 질환을 앓는 소아는 성장 과정에서 증상이 변화하기 때문에 충분한 진료 시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보호자 상담까지 포함하면 기존 외래 시간으로는 한계가 크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향후 심층진찰을 특정 질환군에 한정하지 않고, 대형병원 전 진료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다만 전체 진료과목에 시간제 진찰료를 도입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의료 현장의 인력 구조 변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충분한 진찰을 했을 때 충분히 보상하는 체계로 전환하려 한다”며 보상 구조 개편 의지를 밝혔다. ‘짧고 빠른 진료’에서 ‘충분하고 설명하는 진료’로의 전환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