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밥은 이념보다 따뜻하다"~영화 <밥>, 5·18 헌법 수록 촉구 릴레이 상영

2026-02-23 13:36

박기복 감독, 5·18 연작 세 번째 작품 <밥> 공개…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오마주
3월부터 광주·전남 순회 상영회… 전작 <낙화잔향>과 옴니버스 형식
대사 없는 몸짓과 눈빛으로 국가폭력 고발… 전남예술고 학생들 출연 눈길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단죄·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강력 촉구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과 치유를 그려냈던 박기복 감독이 세 번째 연작 <밥>을 들고 관객 곁으로 돌아온다.

제작사 무당벌레필름은 박기복 감독의 신작 <밥>의 후반 작업을 마치고, 오는 3월부터 5월까지 광주 5개 자치구와 전남 22개 시·군을 순회하는 릴레이 특별상영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상영회는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자리를 넘어,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앞두고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의 완전한 단죄'를 촉구하는 시민 행동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행사의 문은 김향미 시낭송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시 <회상>을 낭송하며 연다.

◆"소년이 온다"를 영화적 언어로… 대사 대신 몸짓으로 전하는 울림

영화 <밥>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굶어 죽은 모녀의 영혼을 위로하는 무용수의 의식 속에, 소설 속 주인공 '동호'의 전생이 스며들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독특한 구조를 취한다.

가장 큰 특징은 '무대사(無臺詞)' 형식이다. 영화 속 동호는 소설처럼 말이 없다. 대신 강렬한 눈빛과 몸짓, 구음(口音)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년이 온다>가 치밀한 언어의 밀도로 비극을 증언했다면, 영화 <밥>은 침묵과 몸의 움직임이라는 감각적 층위를 통해 오월의 현재성을 묻는다.

시간의 경계를 허문 서사, 계엄군을 상징하는 방역 요원의 이미지, 야차로 묘사된 극단주의 세력 등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영상 문법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과 '기억의 문제'라는 메시지는 직관적이고 묵직하다.

◆지역 청소년들이 온몸으로 기억한 '오월의 역사'

이번 작품은 광주문화재단의 '광주문화자산콘텐츠화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지역의 미래 세대가 직접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전남예술고 무용과 박소희, 연극과 윤성휘, 노건우, 박서연 학생 등이 출연해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몸으로 표현했다.

촬영 역시 화순 쌍봉사, 광주 희경루, 구 적십자병원, 충장로 구도심 등 광주·전남의 역사적 공간에서 진행됐다. 박 감독은 이를 통해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글로컬(Glocal)'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영화적 소재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박기복 감독은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결국 기억과 기록"이라며 "정치보다 깊고, 이념보다 따뜻한 '밥'의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와 평등, 존엄의 가치를 나누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이번 특별상영회는 박 감독의 전작 <낙화잔향-꽃은 져도 향기는 남는다->와 신작 <밥>을 묶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며, 광주·전남 시도민들에게 오월 정신을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