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 최민정 다 아니었다…대한체육회 선정 이번 올림픽 MVP는 '이 선수'

2026-02-24 07:00

쇼트트랙 세대교체의 중심, 역전 금메달 스토리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MVP로 선정된 주인공은 과연 누구였을까.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 차준환(피겨 스케이팅)과 박지우(스피드 스케이팅)가 지난 6일 오후(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입장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 차준환(피겨 스케이팅)과 박지우(스피드 스케이팅)가 지난 6일 오후(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입장하고 있다. / 뉴스1

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도, 한국 쇼트트랙의 상징과 같은 최민정도 아니었다. 대한체육회가 공식 발표한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는 2관왕에 오른 한국 쇼트트랙의 새로운 간판 김길리였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2일 오후 6시(한국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빌라 네키 캄필리오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한국 선수단 해단식에서 김길리를 대회 MVP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MVP는 밀라노 현장에서 대회를 취재한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 결과로 결정됐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선수가 김길리였다.

폐막식 즐기는 김길리. / 뉴스1
폐막식 즐기는 김길리. / 뉴스1

김길리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한 2관왕이다. 첫 올림픽 무대에서 여자 1500m 금메달과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냈고, 1000m에서는 동메달을 추가했다.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 총 3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대회 초반 김길리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 커린 스토더드(미국)와 충돌해 넘어졌고, 한국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어 여자 1000m 준결승에서도 하너 데스멋(벨기에)와 부딪혀 다시 한 번 넘어졌다. 두 차례 충돌은 경기 흐름을 흔들기에 충분한 변수였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2관왕 김길리. / 뉴스1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2관왕 김길리. / 뉴스1

그러나 김길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1500m 결승에서 금빛 질주를 펼쳤다. 대표팀 선배이자 자신의 우상으로 꼽아온 최민정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경기 후 최민정이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밝히면서 세대교체의 상징적 장면이 연출됐다.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도 김길리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마지막을 책임지는 2번 주자로 나선 그는 두 바퀴를 남기고 2위에서 배턴을 넘겨받았다. 인코스로 파고들어 선두를 달리던 아리안나 폰타(이탈리아)를 추월했고, 이후 스퍼트를 올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의 향방을 바꾼 장면이었다.

한국 쇼트트랙 간판 김길리와 최민정. / 뉴스1
한국 쇼트트랙 간판 김길리와 최민정. / 뉴스1

김길리는 MVP 수상 후 “이런 뜻깊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4년 전 베이징 대회(금 2·은 5·동 2)보다 금메달 수와 전체 메달 수에서 모두 증가했다. 특히 설상 종목에서 금·은·동을 하나씩 따낸 점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결산 기자회견에서 “목표로 한 금메달 3개를 따냈지만, 쇼트트랙 혼성 계주에서는 불의의 충돌로 아쉬움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등 기록 종목에 대한 지원 체계 보완 필요성도 언급했다.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등 일부 종목은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6개 종목 71명의 선수가 출전해, 총 10개(금3·은4·동3)의 메달을 획득했다.  / 뉴스1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6개 종목 71명의 선수가 출전해, 총 10개(금3·은4·동3)의 메달을 획득했다. / 뉴스1

설상 종목의 훈련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스노보드가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지만 국내 훈련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유 회장은 올림픽을 계기로 높아진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빙상 종목에 대해서도 과제가 제시됐다. 이수경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쇼트트랙의 경우 기술은 뛰어나지만 체력 훈련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체력 저하가 보였다는 지적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역시 개인별 맞춤 훈련에 치중하다 보니 한계를 넘기 위한 체계가 부족했다고 짚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대회 폐막식에 입장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 뉴스1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대회 폐막식에 입장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 뉴스1

이번 MVP 선정은 단순히 메달 개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길리는 첫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르며 한국 쇼트트랙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최민정의 마지막 올림픽과 겹치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구도가 형성됐다. 동시에 설상 종목에서 최가온이 새 역사를 쓰며 한국 동계 스포츠의 지형도는 넓어졌다.

결과적으로 대한체육회가 선택한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는 2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로 팀 성적을 견인한 김길리였다. 충돌과 넘어짐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금메달을 만들어낸 과정 그리고 계주에서의 결정적 추월 장면이 이번 올림픽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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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