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개당 1억원에 가까운데... 비트코인 700만개 위험 노출 가능성

2026-02-23 11:03

코드냐 개입이냐… 양자시대 비트코인 딜레마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UI 툴로 제작한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UI 툴로 제작한 사진.

양자컴퓨팅이 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서면서 비트코인(BTC) 네트워크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기술로는 당장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충분히 발전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경우 약 700만 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약 100만 개는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에게 귀속된 물량으로 추정된다.

23일 오전 10시 55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6만4455달러다. 이를 기준으로 비트코인 약 700만개의 가치는 약 4511억8500만 달러 수준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갖고 있는 100만개는 약 644억5500만 달러 규모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약 698만 BTC가 충분히 발전한 양자공격 시나리오에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추정이 돌고 있다. 이는 초기 비트코인 거래 구조와 관련이 있다. 비트코인 초창기에는 공개키를 직접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P2PK(pay-to-public-key) 방식이 사용됐다. 현재는 공개키의 해시값만을 먼저 노출하고 실제 공개키는 코인이 이동할 때 드러나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과거 채굴 물량이나 주소 재사용 등으로 이미 공개키가 노출된 경우 그 정보는 영구적으로 남는다.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이 공개키를 역산해 개인키를 도출할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제기된다.

논쟁의 핵심은 명확하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를 깨뜨릴 수준에 도달할 경우 취약한 코인을 그대로 두어 공격자가 가져가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프로토콜 차원의 개입을 통해 동결·소각 또는 양자내성 주소로의 이전을 강제할 것인지다.

개입에 반대하는 진영은 비트코인의 ‘중립성’과 ‘불변성’을 강조한다. 이들은 네트워크가 특정 코인의 연식이나 소유자, 잠재적 위험 여부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어떤 이유에서든 특정 UTXO를 동결할 권한을 인정하는 순간, 향후 다른 사유로도 개입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또 네트워크 차원에서 실제로 분실된 코인과 단순히 장기 보관 중인 코인을 구별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프로토콜은 주소의 활동 여부만 알 수 있을 뿐, 소유자의 생존 여부나 의도를 판단할 수 없다.

이들은 해법이 거버넌스적 결단이 아니라 기술적 업그레이드에 있다고 본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들이 연구 중인 암호기술 개선을 통해 양자내성 서명 체계를 도입하고,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코인을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코드가 곧 법”이라는 원칙 아래 암호기술이 진화하면 그에 맞춰 네트워크도 업그레이드하면 된다는 시각이다.

반면 개입을 주장하는 측은 양자공격을 허용할 경우 막대한 부의 재분배가 발생한다고 본다. 고성능 양자 하드웨어를 먼저 확보한 소수에게 네트워크 초기 물량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이를 ‘몰수’가 아니라 ‘소각’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취약한 출력값을 일정 시한 이후 사용 불가능하게 만들고, 그 전에 양자내성 주소로 이전하도록 하는 소프트포크 방안을 거론한다. 다만 이 경우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기술적 위협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연구에서 RSA-2048 암호를 깨는 데 필요한 물리적 큐비트 수가 기존 추정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일부에서는 상용 암호체계 붕괴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만약 실험실 수준에서 입증되고 대규모 오류보정 시스템이 구현될 경우, 타원곡선암호(ECC) 역시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여전히 상용화 가능한 대규모 오류보정 양자컴퓨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고 본다. 설령 해당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암호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 공학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철학적 위기로 볼 사안이 아니라 기술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위협이 현실화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그 전에 커뮤니티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비트코인이 내세워온 불변성과 공정성 중 무엇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인지다. 취약 코인을 동결할 경우 불변성 원칙이 흔들릴 수 있고, 그대로 둘 경우 기술적 우위에 따른 대규모 부의 이동을 감수해야 한다. 양자컴퓨팅의 진전 속도와 별개로, 비트코인 커뮤니티 내부의 논의는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