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4심제 도입되면... 개인의 재력이 곧 소송의 종결"

2026-02-21 08:58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판 이어질 것"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 법왜곡죄 신설법 등 이른바 '사법 3법'을 처리할 전망인 가운데, 4심제(재판소원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파괴 3대 악법(4심제ㆍ대법관 증원ㆍ법 왜곡죄)' 저지 긴급 토론회. / 연합뉴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파괴 3대 악법(4심제ㆍ대법관 증원ㆍ법 왜곡죄)' 저지 긴급 토론회. / 연합뉴스

4심제로 인해 소송에 능한 법률가 및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자들에 유리한 사법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자당 법사위·정책위 소속 의원들 함께 ‘사법파괴 3대 악법’ 저지 토론회 개최했다.

이날 문수정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정책실장(변호사)은 4심제가 시행될 경우 "개인의 재력이 곧 소송의 종결을 의미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수정 실장은 3심제인 지금도 소송이 3심까지 간다면 최소한 2년 반은 감내해야 한다고 안내한다고 했다.

이어 "4심제가 된다면 상고심에 대한 헌법소원 끝에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져 다시 법원에서 재판하게 되고, 다시 상고심을 거친다 해도 또 다시 헌법소원을 할 수도 있어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판이 이어진다"며 "재력이 뒷받침된다면 끝나지 않는 소송을 10념 넘게 끌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엉뚱하게도 당사자가 얼마나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권리 구제 여부 또는 권리 구제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의 확정된 판결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에 대해 “1988년 현행 9차 헌법 개정 당시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 제도와 그 심판절차를 거의 그대로 한국에 이식하면서 유독 ‘법원의 재판’을 헌재에서 다시 심사하고 취소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면서 “이는 당시 사법권의 독립이 완전하게 달성돼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헌재 재판관의 인적 구성이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가능한 것인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성우 교수는 "온 국민이 재판소원제도는 4심제라고 느낀다”면서 “국민이 느끼기에는 하위법을 기준으로 삼든, 헌법위반 여부를 고찰하든 간에 4번째로 또 한번의 심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을 도입하려면) 하위법, 시행규칙을 바꿔야 할 게 수십개”라면서 “재판소원 도입 이후 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소송규칙 등 세부적인 사안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뤄진 바 없다”고 덧붙였다.

지성우 교수는 독일 도입 사례를 들며 "특수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특별한 악법"이라고 평가했다. 독일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배와 1990년 통일 이후 국민 인권을 유린한 법조인들을 단죄하기 위해 '법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판사나 검사가 '법왜곡죄'로 처벌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사문화한 규정이라는 게 지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역사적으로도 독재 정권하에서 법관 통제 수단으로 활용된 전례가 있으므로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헌법학)는 여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 "코드인사로 사법부 독립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에 임기 만료로 인해 퇴임하는 대법관 수와 증원되는 대법관 수(12명)를 합하면 총 26명"이라며 "이 중에 이 대통령이 22명을 코드인사로 임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법관 코드인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불충분한 상태에서는 대법원을 포함한 법원 전체가 정치권에 종속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차 교수는 미국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정부가 대법관 증원을 시도한 사례를 들며 "바이든 정부도 공화당이 임명한 대법관이 다수인 상황에서 9명의 대법관을 13명으로 4명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법부 독립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강해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home 이서희 기자 sh0302@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