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에서 포착된 무인자율주행차의 모습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다. 언뜻 보기에 컨테이너에 바퀴만 달아놓은 모습이지만 이는 중국의 화물 운송용 완전 무인 자율차로 알려졌다. 매끈한 곡선도, 화려한 조명도 없는 투박한 '박스' 형태에 바퀴만 겨우 달린 듯한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던 미래형 자율주행차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우리가 ‘메이드 인 차이나’ 자율주행차의 조잡함을 비웃는 사이, 중국은 자율주행 데이터를 무섭게 쌓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 볼품없는 외형이야말로 전 세계 업계가 중국의 질주를 가장 두려워해야 할 실질적인 이유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디자인 버리고 '데이터' 선택…중국의 무서운 실용주의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의 전략은 명확하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센서와 디자인을 갖춘 ‘완벽한 차’ 한 대를 기다리기보다, 저가형 무인차 수만 대를 먼저 도로에 뿌리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상반기 기준 중국 도심을 누비는 무인 물류차는 이미 1만 2,000대를 넘었다. 이 ‘투박한 박스’들은 도로 위에서 무단횡단이나 사고 같은 돌발 상황인 이른바 ‘엣지 케이스(Edge Case)’를 직접 겪으며 AI를 학습시킨다.
실용주의로 입증한, 세계 1위 ‘로보택시’ 경쟁력
이러한 철저한 실용주의 노선은 결국 로보택시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적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Baidu)는 이미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서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인 '아폴로 고(Apollo Go)'를 상용화하며 누적 운행 건수 수백만 건을 돌파했다. 포니에이아이(Pony.ai)와 오토엑스(AutoX) 같은 유니콘 기업들 역시 가세하며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완벽한 환경이 갖춰지길 기다리기보다 도로 위에서 데이터와 실증경험을 먼저 쌓은 중국의 전략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바이두(Baidu)의 리옌훙 회장 역시 “자율주행의 본질은 모델 그 자체가 아닌 현장 응용(Application)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완벽한 알고리즘이나 기술보다 거친 도로 위에서 수만 가지의 돌발 상황을 직접 겪어낸 경험이 승부를 가른다는 의미다.
‘실수하면 끝’ 완벽주의에 갇힌 K-자율주행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서비스 눈높이가 워낙 높고 사고에 민감하다 보니 ‘완벽하지 않으면 도로에 나올 수 없는’ 분위기다. 물론 안전은 중요하지만, 자율주행 산업 입장에서는 이게 오히려 발목을 잡기도 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책상 앞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도로 위에서 완성된다. 겉모습의 매끄러움에 신경 쓰는 사이 실전 경험의 양에서 이미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고조차 데이터로 만드는 중국의 실행력에 골든타임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다.
자율주행 전초기지가 될 광주, ‘K-자율주행’의 시험대

다행히 반격의 기회는 남았다. 최근 광주광역시가 추진 중인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최근 서울경제가 보도한 것처럼 우리나라 자율주행 산업의 핵심 기업이 현대자동차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참여 소식은 기대를 더한다. 중국의 투박한 무인차가 비웃음을 뚫고 시장을 장악하는 지금, 광주 도심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확보할 실전 데이터는 K-자율주행 생존을 결정할 ‘마지막 승부수'다
결국 자율주행 패권은 이론이 아니라 도로 위 증명으로 결정된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전 세계 자율주행 시장을 독식하지 않도록, 국내 기업들이 광주에서 맺을 기술 연대로 'K-자율주행'의 저력을 증명하길 기대해 본다.